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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 찾은 푸른눈 선교사의 꿈 ‘한국교회 역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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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황의중 기자

승인 : 2026. 03. 11. 10:26

두메산골 강원도, 선교사와 조선인 전도사 협력해
100년 역사 교회들, 건물은 새것이나 역사는 간직해
김일성 별장 옆 홀 선교사 역사 담긴 전시 공간 있어
"선교사 헌신과 조선인 성도 열정 근대화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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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중앙감리교회 박태환 담임목사가 지난 10일 담임목사 방에 걸린 역대 담임목사들의 사진을 가리키며 강원도 선교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는 지난 9~10일 근현대 문화유산 답사를 강원도에서 진행했다./사진=황의중 기자
푸른 눈의 선교사들은 구한말 두메산골이었던 강원도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을까. 19세기 말 강원도는 외국인 선교사에게 미지의 땅이었다. 상전벽해라고 할 정도로 변한 지금 모습을 그들은 내다본 것일까. 강원도 곳곳에는 교회 역사가 숨쉬고 있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 9~10일 근현대 문화유산 답사를 강원도 지역에서 진행했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난 춘천중앙교회·강릉중앙감리교회와 예수교병원과 춘천읍교회였던 춘천미술관, 고성 셔우드홀문화센터와 선교사 휴양시설, 양양 3·1 운동 만세 기념비, 원주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일산사료관 등을 찾았다. 알고 보면 다시 보인다는 말처럼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곳에도 놀라운 얘기가 숨어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강원도 교회들이다. 교회사를 전공한 홍승표 연세대 교수는 "선교사가 남긴 편지 등을 보면 당시 강원도에 대한 인식은 오지이자 '땅끝 마을'이었다"며 "감리교회의 선교 무대였던 강원도에서 열정적인 조선인 성도를 접하면서 선교사들도 가능성을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1902년 시작된 강릉중앙감리교회는 로버트 하디 선교사를 시작으로 5대 안경록 목사(1882~1945), 20대 이철 전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 감독회장에 이어 현 박태환 목사로 21대 담임목사가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박 목사는 역대 담임 목사 사진을 가리키며 "역대 목사님들의 사진을 보면 남다른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교회는 2000년 이후 새 건물이지만 역사는 우리와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건물은 새것이나 역사는 면면히 흐르는 것은 이덕수(1858~1910) 전도사가 1898년 설립해 27대 담임목사로 이어지는 춘천중앙교회도 마찬가지다. 강원도 선교는 특히 조선인 매서인들의 도움이 컸다. 성경을 팔거나 권한다는 뜻의 오늘날 전도사에 해당하는 매서인(賣書人)은 산간 오지를 찾아다니며 교회를 알린 주역이었다. 이들은 신앙을 접하고 180도 다른 삶을 살았다.

대표적인 것이 이덕수 전도사였다. 그는 젊은 시절 불량배로 지냈지만 크리스천이 된 후 새 사람이 됐다. 오직 선교와 교회밖에 몰랐던 그는 친인척도 남기지 않고 이른 나이에 과로에 따른 폐렴으로 생을 마감했다. 춘전중앙교회에서 만난 그의 유언이 적힌 묘비는 그가 어떤 삶을 얻었는지 볼 수 있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시편 23편 1절 '주는 나의 목자, 내게 부족함이 없습니다'였다.

선교사의 흔적은 강원도 고성 화진포 바다가 보이는 석조 건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작은 성처럼 보이는 이 2층 건물은 1948∼1950년 김일성 가족이 여름 휴양지로 썼다고 해서 '김일성 별장'으로 유명하다. 원래는 국내에 크리스마스실을 처음 도입하는 등 결핵 퇴치를 위해 힘썼던 캐나다 출신 미국 감리회 의료 선교사 셔우드 홀(1893∼1991)이 휴향시설로 1938년 지은 곳이다.

청일전쟁 후 평양에서 환자를 치료하다 전염병에 걸려 숨진 윌리엄 제임스 홀(1860∼1894)과 한국 최초 맹아학교와 한글 점자 등을 만든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 의료 선교사 부부 사이에서 한국서 태어난 셔우드 홀은 선교사로 한국서 활동했다. 1940년 일제에 간첩 혐의로 추방된 뒤 미국서 말년을 보낸 그는 별세 후 유언에 따라 한국 양화진 외교인선교사묘원에 묻혔다.

지난해 6월 별장 인근에 문을 연 '화진포 셔우드 홀 문화공간'에는 홀 선교사 가족의 일대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이 남긴 일기·편지, 한복을 입은 어린 셔우드 홀의 사진, 숭례문이 담긴 최초의 한국 크리스마스실 등이 전시됐다.

김정석 한교총 대표회장은 "시각장애인, 여성에 대한 교육은 당시 사회가 관심 갖지 않던 일에 홀 선교사 가족은 헌신했다. 개신교 역사뿐 아니라 한국 근대사에서 소중한 분들"이라며 "이들의 헌신과 조선인 성도의 열정이 우리나라의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기독교 문화유산을 둘러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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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한교총 대표회장이 홀 선교사 가족의 일대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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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별장'으로 알려진 고성 화진포 선교사 별장./제공=한교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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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 셔우드 홀 문화 공간'에 전시된 한국 최초의 크리스마스실. 셔우드 홀 선교사는 구한말 한국 땅에서 결핵이 퇴치될 수 위해 노력했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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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은 셔우드 홀 선교사 부부./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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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수 전도사 묘비 옆에서 그의 삶을 소개하는 춘천중앙교회 심성수 담임목사./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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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교병원과 춘천읍교회 자리에 세워진 춘천미술관./사진=황의중 기자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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