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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우월주의 빠져 테러 모의하는 동남아 10대들… 인니·싱가포르 등 경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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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3. 11. 12:50

인니 경찰, 백인우월주의 영향 받은 청소년 최소 97명 모니터링 중… 최연소 11세
텔레그램·틱톡 통해 확산… 동남아 맥락에 맞게 변형된 네오나치 콘텐츠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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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11월 인도네시아 고등학교에서 테러를 벌인 10대 소년이 현장에 남긴 장난감총에 'KKK', '딜런 루프'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백인우월주의 콘텐츠에 감화된 10대 청소년들이 폭력 행위를 모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역내 치안 당국이 대응에 나서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 등 각국 경찰이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총격범 브렌턴 태런트 등 백인우월주의 대량 살상범을 추종하는 10대들의 폭력 모의 급증에 대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백인우월주의와 대량 폭력을 미화하는 콘텐츠의 영향을 받은 청소년 최소 97명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최연소자는 11세다. 이들 중 최소 2명은 실제 폭력 행위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단이 된 것은 지난해 11월 자카르타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다. 96명이 부상한 이 사건의 용의자인 인도네시아 10대는 체포 당시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와 백인우월주의 대량 살상범들의 이름이 새겨진 실물 크기 장난감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따르면 이 용의자는 나치 상징물과 함께 자신의 학교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인도네시아에서 백인우월주의에 영감을 받은 최초의 사건이다.

싱가포르 국내정보국(ISD)도 2020년 12월 이후 "폭력적 극우 극단주의 이념"에 경도돼 공격을 모의한 혐의로 청소년 4명을 구금했다. ISD는 극우 극단주의를 최우선 위협으로 지정한 상태다. ISD 성명에 따르면 이 청소년들 중 일부는 자국의 인종·종교적 구성을 지키기 위해 공격을 계획했다. 구금자 중 닉 리 싱치우는 18세 때 싱가포르의 말레이계 무슬림 소수자를 겨냥한 공격을 모의한 혐의로 체포됐고, 또 다른 10대와 함께 스스로를 "동아시아 우월주의자"로 규정하고 네오나치의 "대체출산 이론"을 온라인에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화된 10대들 중에는 백인우월주의자와 같은 인종적 불만을 공유하지 않으면서도 극우 공격자들의 폭력 자체에 매료된 사례도 있다. 워싱턴 소재 조직적 혐오 연구센터의 프라빈 프라카시 연구원은 "구금되거나 감시 대상인 청소년 다수가 환멸과 고립감을 느끼는 개인들로, 극우 메시지에 감화된 뒤 허무주의적 세계관으로 기울고 있다"고 분석했다.


급진화의 주요 경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특히 메신저 앱 텔레그램이다. 인도네시아 경찰에 따르면 텔레그램 그룹이 10대들에게 소속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마인드라 에카 와르다나 대테러부대 대변인은 "당국이 극단주의 콘텐츠로 신고한 게시물에 대해 텔레그램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측은 로이터에 "인도네시아 당국과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용약관을 위반하는 콘텐츠는 신고 시 삭제한다"고 답했다.

틱톡도 문제다. 틱톡에는 동남아 이용자들이 중국인이나 로힝야 무슬림 등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차별적 캐리커처와 함께 "TCD(Totally Cheerful Day·완전히 즐거운 날)", "TRD(Total Refreshing Day·완전히 상쾌한 날)" 같은 문구를 사용한 수백 개의 영상의 올라와 있는데, 이 역시 동남아 맥락에 맞게 변형된 백인우월주의 콘텐츠다.

사디크 바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국제대학원(RSIS)의 연구원은 이 문구들이 "중국인 전멸(Total Chinese Death)", "로힝야 전멸(Total Rohingya Death)"을 뜻하는 암호라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이용자가 올린 #TCD 해시태그 영상 중 하나는 조회 수 54만2000회를 넘겼다. 로이터통신은 틱톡이 해당 동영상과 관련된 질의를 받은 뒤 해당 게시물과 유사 콘텐츠를 삭제했다고 덧붙였다.

동남아 극단주의의 영향력은 역내를 넘어 확산하고 있다. 자카르타 폭탄 테러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15세 소년이 타지크 이주민 아동을 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소년이 텔레그램에 게시한 선언문에는 자카르타 테러 용의자를 "영웅"으로 칭하며 "비백인 청소년도 이런 공격을 할 수 있다면 백인우월주의자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당국은 이번 유형의 급진화에 대한 최초의 역내 공조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는 이달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싱가포르는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교화를 위해 2003년 설립된 종교재활그룹(RRG)을 극우 극단주의 구금자 교화에도 투입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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