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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5구역…현대건설 ‘디에이치 벨트’냐 vs DL이앤씨 ‘하이엔드 금융 설루션’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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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6. 03. 11. 15:48

공사비 1.5조 압구정 핵심 구역…현대건설·DL이앤씨 맞대결
‘디에이치’ 확장 목표 현대건설…‘아크로 희소성’ 내세운 DL
금융·설계·브랜드 총동원…“프리미엄 주거 전략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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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거 프리미엄 지형을 바꿀 강남구 한강변 '압구정 재건축 구역'에서 대형 건설사 간 수주 경쟁 총성이 울렸다. 압구정5구역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자, 대형 사업을 두고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입찰 참여를 공식화하며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설계 경쟁을 넘어 하이엔드 브랜드 주도권을 둘러싼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전망이다. 서울 핵심 부촌에서 '트렌드 세터'로 자리매김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각 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 위상을 가늠할 상징적 승부로 경쟁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어느 브랜드가 5구역을 선점하는지가 향후 강남 주거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압구정 재건축 전체 6개 구역, 1만1000여가구 중 가구 기준 약 10% 비중을 차지하는 5구역 수주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압구정5구역은 압구정 한양1·2차 아파트를 지하 5층~지상 최고 68층, 8개 동, 1401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약 1조5404억원에 달한다.

특히 조합이 최근 시공사 선정 공고에서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1240만원으로 압구정 재건축 구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양사의 수주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인접한 2구역(1150만원)과 3구역(약 1120만원 추정)을 웃도는 금액으로, 초고층 랜드마크 설계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이 사업에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한강 벨트' 점유율 때문이다. 5구역은 압구정 동측 관문에 위치해 한강변 가시성이 뛰어난 핵심적 입지로 평가된다. 이곳을 선점할 경우 압구정 정비사업 전반에서 브랜드 영향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5구역을 수주한다면, 이미 시공권을 확보한 2구역과 수주가 유력한 3구역까지 합쳐 약 8000가구 규모의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을 조성할 수 있다. 압구정 한강변 주거 지형을 사실상 현대건설 브랜드 권역으로 묶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수주 필승을 위해 현대건설은 금융 지원 경쟁력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17개 금융기관과 'H-금융 설루션' 협약을 체결해 사업비, 이주비, 중도금, 분담금, 잔금 등 재건축 전 과정에 걸친 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최근 고금리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 안정성이 중요해진 만큼, 이 같은 금융 지원 체계는 수주 경쟁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설계 측면에서도 글로벌 건축설계사 'RSHP'와 협업해 한강 조망을 극대화한 초고층 설계안을 준비 중이다. RSHP 공동 창립 파트너인 이반 하버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설계 방향을 점검한 것도 현대건설의 공세적 행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DL이앤씨 역시 아크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압구정에서 유일한 아크로 브랜드 단지를 조성해 희소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아크로는 서초구 '아크로 리버파크'를 통해 3.3㎡당 1억원 시대를 열었고, 성동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를 통해 비강남권 최초로 3.3㎡당 2억원대 거래 사례를 만든 바 있다. 아크로가 고급 브랜드 중 하나가 아닌 한강변 가격의 기준을 정하는 지표로 시장에서 인식되는 상황에서 압구정 내 '유일한 아크로'라는 희소성 프리미엄을 조합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설계 전략도 차별화를 시도한다. 글로벌 설계사 '아르카디스'와 초고층 구조 전문 기업 '에이럽'과 협업해 조합원 100% 한강 조망 설계를 제시했다.

금융 경쟁력에서도 맞불을 놓았다. DL이앤씨는 신한·KB국민 등 5대 시중은행과 주요 증권사 등 총 10개 금융기관과 '하이엔드 금융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조합원 전용 금융 패키지인 '더 리치 파이낸스'를 도입했다. 자산 관리와 세무 컨설팅, 상속·증여 설계까지 포함한 이 서비스는 단순한 대출 지원을 넘어 고액 자산가가 많은 압구정 조합원의 금융 수요를 겨냥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재무 안정성도 DL이앤씨가 내세우는 카드다. 신용등급 AA-와 부채비율 80%대 수준은 건설업계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 구조로 평가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재건축은 단순한 한 개 단지 사업이 아니라 향후 강남 한강변 프리미엄 주거 시장의 기준을 정하는 상징적 프로젝트"라며 "브랜드 파워와 금융 안정성, 설계 차별화까지 어느 요소가 조합원 선택에 더 크게 작용할지가 이번 수주전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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