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제네릭에 건보 재정 악화로 법안 통과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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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품절약에 한해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는 법안에 대한의사협회가 반발하고 있다. 주요 반대 이유는 미이행시 따르는 1년 이하 징역 등의 형사처벌 조항이다.
성분명 처방은 기존에 의사가 특정 제약사의 의약품으로 처방하는 대신, 약의 핵심 성분명으로 처방전을 발행해 환자가 약국에서 동일 성분의 약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특정 의약품이 동이 나도 같은 성분의 다른 약으로 조제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낮은 약가로 생산 기피 구조가 형성된 감기약 등 일부 약품이 감염병 유행 상황에 품절 대란이 잇따르며 국민 불편이 커진 탓에 나온 고육책이지만,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드는 데다 의약품 선택 책임 구조를 바꾸는 작지 않은 변화라는 이유에서 의료계 반발이 큰 상황이다.
반면 국민건강보험노조 등에선 고령화와 국제적 추세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변화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약업계 역시 성분명 처방에 동의하고 있다. 고가 제네릭 중심 약제 시장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약품비 지출은 2011년 13조1000억원에서 2024년 27조원으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약가제도 개편을 통한 건강보험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토론회'에서는 2024년 노인 약품비 비중이 51.7%로 사상 최초로 50%를 돌파했고, 2023년 약품비 증가율은 8.5%로 총진료비 4.7%의 약 2배에 달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면 반드시 일정 약품으로 처방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불법 리베이트 구조가 개선되고 약가가 인하할 것이라는 관점도 제기된다. 이에 표면적으로 '직역 간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 의료계의 반발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리베이트가 근절되는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한다. 현재는 의약분업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리베이트가 완전히 불법 영역에 들어섰지만, 프로모션 등의 형태로 일부 관행이 남아있어서다.
내과의사회는 지난해 이런 시각에 반대해 성명서를 내고 "실제 현장에서는 약국 단계에서 약제 선택 혼란과 새로운 이해관계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결국 의사의 임상적 판단에 기반한 처방 선택권이 제한되고 약국이 실질적인 약품 선택권을 갖게 돼 환자 치료 일관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이전에 처방받은 의약품을 의원 재내방없이 다시 조제 가능하도록 한 처방전 리필제 등의 잇단 의료 법안들이 발의되자 의료계 내부에선 '고사 직전'이라는 허탈감이 나오고 있다. 인구 변화와 지방 소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하는 저수가 의료체계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의료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모습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의원의 개업 대비 폐업률이 80%를 넘어서는 시도는 5곳이었다. 광주가 117.2%로 가장 높았고, 전북 100%, 충북 90.3%, 전남 85.7%, 대전 82.0% 순이었다. 과목별로 보면 저출산 직격탄을 맞은 소아청소년과는 지난해 전국에서 59곳 개업했지만 89곳이 문을 닫으며 개업 대비 폐업률이 150.8%에 달했다. 산부인과는 76.1%였다. 내과의 경우 지난해 43.7%로 전년(30.2%) 대비 높아졌다.
나영균 배재대 의료복지학과 교수는 "성분명 처방을 통해 약가 인하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아낀 재원을 수가 개편과 진료비 현실화에 써야 한다"며 "과도기적으로 의료계에 추가적인 인센티브나 기대수익 보전 등의 정책적 지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