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감·경정급 인재 정년 전 퇴직 급증
압정형 구조에 승진 자리 현저히 적어
수사 독립성 침해… 인력 공백 우려
내부선 단계적 폐지·제도 완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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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사력'보다 '승진'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경험이 많고 전문성이 높은 베테랑이어도 상급자의 평가가 저조해 일정 기간 동안 승진을 하지 못하면 나이 정년 60세가 되기 전에 옷을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감, 경정급 사이에서는 승진에 대한 확신이 없어 스스로 퇴직하는 경우도 매년 늘고 있다. 계급정년 제도가 실무를 맡아야 할 '허리'급 인재만 내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소위 '고인물'을 빼내고 업무 의욕을 높이겠다는 본래 취지와 다르게 윗선 '눈치'만 늘었다는 지적이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60세 이전에 퇴직한 경찰 수는 2021년 1196명에서 2022년 1357명, 2023년 1469명, 2024년 2193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는 자발적 퇴직과 계급정년에 의한 퇴직, 명예퇴직자를 합친 수치다. 특히 같은 기간 경감과 경정급이 같은 사유로 퇴직한 수는 369명에서 1430명으로 300%가량 폭증했다. 경감과 경정은 각각 지구대장·순찰팀장과 일선 경찰서 과장, 시도경찰청 계장급을 맡는 핵심 실무 인력으로 꼽힌다. 2014년 한시적으로 경정 승진자를 확대한 만큼, 당시 승진된 인력의 이탈로 당분간 퇴직자 수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경감과 경정급의 주요 이탈 원인으로는 계급정년 제도가 꼽힌다. 현행 경찰공무원법은 연령 정년과 별도로 치안감 4년, 경무관 6년, 총경 11년, 경정 14년 등의 계급정년을 두고 있다. 경정이 14년 내로 총경이 되지 못하면 퇴직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업무 의욕을 높여 승진 적체를 완화하고, 조직 운영상 상급자와 하급자의 나이가 역전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승진에 대한 불확실성과 인사평가에 좌우되는 조직 문화에 계급정년이 적용되지도 않는 경감급부터 빠르게 다른 길을 찾는 양상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경찰 중 퇴직자는 최근 5년간 8배 증가했다. 2020년 이후 평균 근속 기간은 4년 7개월에 그친다. 이들 일부는 경감급으로 경력 채용된 인원이다.
이는 상급 계급 정원이 아래 계급보다 현저히 적은 경찰 특유의 '압정형 구조'가 큰 영향을 미친다. 2024년 말 기준 경감은 1만967명, 경정은 3214명인데, 총경은 687명에 그친다. 경무관과 치안감은 각각 83명과 30명 수준이다. 채용 인원에 비해 등용문이 압도적으로 좁은 것이다. 실제 능력과 별개로 일부가 반드시 연령정년 이전에 나가야 하는 형태다. 경찰 출신인 박성배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총경 승진 자리가 상당히 좁은데, 당사자들에게는 불이익한 처분으로 보인다"며 "장기적, 단계적으로 폐지돼야 맞다"고 말했다.
이러한 구조가 경찰 수사 독립성을 침해하는 데다가 조직적 병폐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권자에게 경찰 인생이 좌우되기 때문에 승진을 두고 브로커를 통해 윗선에 로비하는 문화나 승진을 미끼로 한 상급자의 청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간부후보 출신 한 경찰은 "곧 있을 경무관, 총경 인사를 앞두고 대상자들은 내정되기 위해 바빠질 수밖에 없다"며 "승진 윤곽이 잡힌 후에도 이에 대한 암묵적인 항의, 조정 기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계급정년 완화와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다. 지난해 3월 현직 경정 3명은 "경정이 14년 내 승진하지 못하면 당연 퇴직하도록 정한 경찰공무원법 30조 1항 2호는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 공무담임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계급정년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경정 계급정년 폐지는 개인의 생존뿐 아니라 경찰 조직의 건전성이 달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국가경찰위원회(국경위)도 경찰청에 해당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이에 대해 경찰청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직의 순환을 돕는 계급정년을 당장 폐지시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상급 증원을 통해 압정형 구조를 타 공무원처럼 종형 구조로 유도하고 병목 현상을 완화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