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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장은 철저히 갈라진 'K자형' 행보를 걷고 있다. 한쪽에서는 수십억 원대 거장의 작품이 낙찰 총액의 절반 이상을 독식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1000만원 이하의 중저가 소품들이 영 컬렉터들의 '취향 소비'를 타고 활발히 거래된다. 지표상으로는 시장이 활력을 되찾은 듯 보이나 정작 그 사이를 메워야 할 중견 작가와 중소 갤러리라는 '허리'는 실종된 상태다.
경매 데이터를 뜯어보면 이러한 기형적 구조가 선명히 드러난다. 낙찰 총액은 올랐지만 이는 소수 블루칩 작가들이 거둔 성과일 뿐이다. 예술적 세계관이 무르익어가는 중견 작가들의 거래는 역대 최저 수준을 맴돈다. 컬렉터들이 자본 가치가 확실한 '안전자산' 혹은 부담 없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극단적으로 선회하면서, 한국 미술의 동시대성을 책임질 허리 계층이 시장에서 지워지고 있는 것이다.
중견·중소 화랑은 단순히 그림을 파는 상점이 아니다. 신진 작가를 발굴해 시장에 안착시키는 '인큐베이터'이자 생태계의 모내기터다. 그러나 대형 화랑과 글로벌 자본이 마케팅을 앞세워 컬렉터를 흡수하는 동안 골목 안쪽의 작은 갤러리들은 임대료조차 감당하지 못해 기획 전시 대신 대관 영업으로 연명하고 있다. 컬렉터의 시선이 '실패 없는 이름' 아니면 '부담 없는 가격'으로 갈리며 진지한 예술적 탐구를 이어가는 중간 지대 작가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러한 양극화는 한국 미술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글로벌 갤러리의 수익은 본국으로 유출되고 국내 자본마저 해외의 '검증된 이름'에만 쏠린다. 한국이 세계적인 유통 허브가 될지언정 생산 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을 잃어가는 이유다. 뿌리와 줄기가 썩어가는 나무에 화려한 꽃봉오리 몇 개가 달려 있다고 해서 그 나무를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제 'K-아트'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은 생태계의 공동화를 직시해야 한다. 일회성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중소 화랑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세제 혜택이나 신진·중견 작가 작품 매입에 대한 실질적인 유인책이 절실하다. 시장이 자본의 논리에만 매몰될 때 이를 견제하고 문화적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정책의 본질적인 역할이기 때문이다.
미술 시장은 숫자로 기록되는 지표 그 이상이다. 한 시대의 정신과 예술적 가치가 숨 쉬는 유기체다. '조용한 회복'이라는 장밋빛 지표 뒤에 가려진, 무너져가는 생태계의 허리를 다시 세워야 할 때다. 허리가 부러진 생태계에 지속 가능한 내일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