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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낭떠러지 앞 보수정당, 영국 아닌 일본의 길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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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3. 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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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국민의힘 전 중앙당 대변인
어느덧 봄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보수 진영은 아직 혹독한 엄동설한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당내 갈등과 민심 이반이라는 이중고 속에 진퇴양난이다.

시야를 해외로 돌려 보자. 뚜렷하게 대비되는 두 보수정당의 성적표가 보인다. 14년 집권 후 2024년 총선에서 충격적 참패를 당해 정권을 내준 영국 보수당의 몰락 사례는 자못 충격적이다. 이에 비해 일본의 자민당(자유민주당)은 지난달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역대 최다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며 '독주 체제'를 더욱 굳혔다. 전체 465석 중 개헌안 발의선인 310석을 훌쩍 뛰어넘어 316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두 사례는 벼랑 끝에 선 한국의 보수정당에 사느냐 죽느냐의 실존적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영국 보수당의 몰락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보수다움'의 상실에서 출발했다. 2016년 브렉시트 투표에서 분열의 싹이 텄다. 급기야 190년 역사를 자랑하는 보수당을 내전 상태로 몰아넣었다. 집권 기간에 5명의 총리가 교체됐다. 보수당을 지탱해 온 핵심 역량인 '유능함'과 '안정감'은 점차 영국 유권자들 마음속에서 실종됐다. 특히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오락가락 감세(減稅)안 파동은 파운드화 폭락과 시장 혼란을 야기하면서 "보수당이 영국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치명적인 '무능의 낙인'이 찍혔다.

현재의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도 영국 보수당의 몰락과 비슷한 패턴으로 전개되고 있는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치유법이 보이지 않는 당내 갈등과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과거에 매몰돼 있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유능함의 실종'은 전통적 지지자들조차 "더 이상 보수정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며 등을 돌렸다. 영국 보수당처럼 변화를 거부하고 '수구적 태도'가 계속된다면, 국민의힘도 영국 보수당의 비극을 그대로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일본 자민당의 압승은 보수정당이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와 같다. 자민당도 비자금 스캔들 등 심각한 위기 상황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자정(自淨) 기능'을 지속적으로 가동했다. 파벌 해체라는 초강수도 두었다. 실망했던 유권자에게 다가서려는 몸부림을 통해 변화 의지를 보였다. 특히 국민의 삶과 밀착한 정책을 승부수로 삼았다.

최근 자민당이 전대미문 수준으로 압승한 핵심 동력은 유능한 '민생 해결사' 이미지였다. 물가 상승과 초고령화라는 국가적 난제 앞에서 이념 논쟁은 창고에 넣어둔 채 문을 잠갔다. 대신 식료품 소비세 인하, 가계 소득 증대와 같은 실질적 대안을 내놓았다.

야당이 내놓은 정책도 민생에 도움이 되는 것이면 주저 없이 수용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민생 현안만큼은 실용주의적 접근을 택했다. 유권자들은 자민당이 마냥 좋아서가 아니라 "나라를 맡길 유능한 세력은 이들뿐"이라며 신뢰를 보내고 있다.

우리 국민들도 난마처럼 얽혀있는 지금의 한국 정치 현안을 풀어내는 유능함을 갈망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사법파괴 3법이 입법화된 현실에서 제1야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며 여론을 설득해야 함은 필수적이다. 법왜곡죄와 사실상 4심제에 맞설 '실질적 사법 보호책'을 내놓아야 한다. 나아가 민주당의 법안이 어떻게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사법 지연을 초래하는지 사례 중심으로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재판의 신속성을 높일 '진짜 개혁안'을 제시함으로써, 믿고 맡길 수 있는 유능한 정당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영국 보수당과 일본 자민당 사례가 대한민국 제1야당에 던지는 교훈은 분명하다. 낭떠러지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는 길'을 택해야 한다.

첫째,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보수정당은 "일은 잘한다"는 믿음이 상징 자산이다. 민생과 경제에 관한 한 유능함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고물가와 치솟는 자영업 폐업률 등 민생의 고통에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정쟁에 매몰된다면 미래는 없다.

둘째, 영국 보수당이 몰락한 것은 외부 공격보다 내부 분열 때문이었다. 자민당이 위기 때마다 쇄신을 강조하는 '전략적 유연함'을 배워야 한다. 중도와 청년을 포용하는 외연 확장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는 결국 책임을 지는 예술이다. 영국 보수당은 책임을 방기했기에 버림받았다. 일본 자민당은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책임지는 정당'임을 증명하며 살아남았다. 국민의힘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영국 보수당의 길을 간다면, 한 정당의 몰락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한 축이 무너지는 불행이 될 것이다.

가치와 전통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보수는 전통을 고수하는 세력이 아니라 가치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력이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자민당의 집요한 생존 본능의 길을 따를 것인가, 영국 보수당의 안일한 자멸의 낭떠러지로 갈 것인가. 이 선택이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명운을 결정할 것이다. 시간이 촉박하다.

김동원(국민의힘 중앙당 전 대변인·청주 흥덕구 당협위원장)

※본란의 기고는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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