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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호르무즈 사태와 신안 앞바다에서 시작되는 에너지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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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웅 기자

승인 : 2026. 03. 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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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웅 기자
한국의 에너지 구조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특히 중동에서 들어오는 원유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국제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에너지 수급 불안이 반복된다. 결국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비중을 늘리지 않는 한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가장 현실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전남 신안군이다.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을 가진 지역으로, 넓은 해역과 안정적인 해풍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서남해 바다 위에 들어설 풍력 터빈들은 단순한 발전설비가 아니라 한국의 에너지 구조 전환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신안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주민 참여형 모델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햇빛연금'으로 불리는 태양광 발전 사업이다. 주민이 참여한 태양광 발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지역주민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일부 섬에서는 주민들이 매년 일정한 수익을 얻고 있다. 재생에너지 정책이 지역경제와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개발은 외부 자본이 발전시설을 설치해 수익을 가져가면서 지역에는 갈등만 남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신안에서는 발전사업의 이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갈등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주민들의 생활에서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수익은 고령층에게는 생활비 보조 역할을 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해상풍력 산업까지 본격화되면 '바람연금'이라는 새로운 소득구조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을 위해서는 전력망 확충과 송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고, 발전량 변동성을 보완할 기술과 제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럼에도 신안이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에너지를 해외에서 사오는 구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동의 해협 하나가 흔들릴 때마다 한국 경제가 긴장하는 현실 속에서 신안의 바다 위에서 돌아갈 풍력 터빈들은 단순한 발전설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어쩌면 지금 서남해의 섬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실험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지방소멸 문제를 동시에 풀어보려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정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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