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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최윤범의 승부수 ①] 철벽 우호지분·백기사 된 美사업… 경영권 분쟁 판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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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규 기자

승인 : 2026. 03. 17. 18:02

영풍·MBK와 격랑의 2년 공세 무력화
한화그룹·현대차 등 지분 방어막 탄탄
한미자원동맹 프레임 전환 우위 선점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도 잇따라 지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고려아연-영풍·MBK파트너스 경영권 분쟁엔 최윤범 회장의 전략적 묘수들이 숨어 있다. 때마다 불리해 보이는 판국을 뒤엎었다. 지금은 '한미자원동맹'이라는 새로운 의제까지 던지며 경영권 분쟁의 프레임을 재설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최 회장이 연이은 승부수로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잡아가는 것은 물론 고려아연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4년께 고려아연과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고려아연의 신사업 추진과 함께 영풍의 석포제련소 환경 논란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표출됐다. 같은 해 9월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지분을 공개매수해 47.7%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연합이 승리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다.

가장 먼저 이목을 끌었던 건 최 회장의 '우호 지분율 확보 행보'였다. 최 회장은 사업적 협력 관계로 친분을 쌓아온 대기업 주주들인 한화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을 우호 세력으로 만들었다. 특히 최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미국 사립 명문고인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이다. 이들 기업의 지분율은 약 15% 정도였다. 최 회장은 글로벌 사모펀드들과도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30% 초반에 이르던 연합의 지분율을 따라가며 경영권을 방어하기 시작했다.

이어진 최 회장의 묘수는 '상호주 형성'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손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만들었다. 고려아연은 "연합의 적대적 M&A(인수·합병)로부터 기업 가치와 성장동력 훼손을 막고 전체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는 20%를 상회하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경영권 방어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두 달 뒤 열린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은 이사수 19인 상한 제한 등을 통과해 연합의 이사회 진입까지 막아 고려아연 측 11명, 연합 4명이라는 구도를 유지하게 됐다. 상호주 형성의 효과는 그만큼 컸다.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 회장은 또 다른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미국 테네시주에 무려 11조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의 전략광물 수출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측이 적극적으로 요구해 온 상황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기업이 참여하는 현지 합작법인(크루서블 JV)도 설립하기로 했다. 최 회장의 묘수 중 가장 전략적인 한 수였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최 회장으로선 약 10%에 해당하는 우호 지분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한미자원동맹이라는 변수를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등장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판의 성격을 띤다. 연합은 이전보다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소액주주들도 사업 특성상 고려아연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연장선에서 고려아연은 높은 실적을 앞세우며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글래스루이스는 최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측 후보 전원에 대한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고려아연이 제안한 이사 5인 선임안에 대해 찬성 권고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선 최 회장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며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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