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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조 1항이 밝히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을 의미하고, 공화주의는 '권력의 분산'과 '법치주의'를 의미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선거의 승리로 국민주권을 위임받았다며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목소리만 높을 뿐, 공화주의를 말하는 이는 드물다. 그러나 프랑스 정치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수의 폭정'을 지적했다. 다수의 의견이 언제나 정의로운 것은 아니며, 때로는 소수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국민이 권력의 주인이지만, 그 권력은 헌법과 제도 속에서 통제된 방식으로 행사돼야 한다는 뜻이다.
공화주의의 핵심은 권력의 집중을 막는 데 있다. 권력은 분산돼야 하며 상호 견제를 통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공화주의를 통해 삼권분립 등 권력기관 간 견제 장치가 등장했다. 권력은 민주주의가 없다면 '정당성'을 잃고, 공화주의가 없다면 '통제'를 상실하게 된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형사사법 시스템의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 권력이 어떻게 나뉘고 통제되는가'라는 정치철학의 문제다. 특히 '보완수사권'을 공화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권력 분산과 견제 장치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형사사법 시스템은 신체의 자유와 재산권 등을 직접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 권력이다. 압수수색, 체포, 구속 등이 대표적이다. 이 권한은 하나의 기관에 집중돼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수사·기소의 분리, 검찰청 해체,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신설 등 여러 개혁들이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한을 해체해 왔다.
문제는 '보완수사권'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것이다. 보완수사권이란, 경찰 송치 사건이 미진할 경우 검찰이 강제수사를 하거나 피의자·고소인·참고인을 소환해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여당 강경파들은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수사권'마저 유지하기 위해 보완수사권에 집착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이 제도는 단순한 권한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 권력의 분산 장치'라는 의미를 갖는다.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더라도 다른 기관이 그 결과를 검증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권력 남용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망가진 것은 그들에게 주워졌던 '절대 권력' 때문이었다. 그 권력이 경찰에 주어진다면 경찰 역시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즉, 검찰의 권력을 제한해야 하듯이 경찰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물론 공화주의에서 말하는 상호견제를 통한 '균형'이라는 것은 난제 중의 난제다. '뜬 구름 잡는 소리'같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여당 강경파의 논리는 '검찰은 절대악'이라는 도그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논쟁의 기준은 '국민'이 돼야 한다.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권력 통제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형사사법 시스템의 설계는 결국 국가 권력이 국민에게 어떻게 행사되는가를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