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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의 중국 정치·산업 四季-양회 분석②] 이란발 유가 쇼크와 양회 폐막…‘에너지 요새화’ 시간표 앞당긴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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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3. 18. 17:46

/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 ·동국대 겸임교수

지난 12일,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전국인민대표대회(全國人民代表大會·전인대)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시장의 시선은 '4.5% 안팎'이라는 성장률 숫자에 쏠렸지만, 양회 폐막과 함께 최종 확정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는 베이징의 더 깊고 전략적인 셈법이 숨어 있었다. 바로 외부의 지정학적 충격으로부터 국가 경제의 심장을 지켜낼 '에너지 요새화(Energy Fortress)' 전략이다.

마침 양회 폐막 직후 이란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유가가 요동치면서,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절박함은 곧바로 현실이 되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國家發展改革委員會·발개위)는 최근 톤당 휘발유와 경유 소매 가격을 각각 695위안, 680위안 인상했다. 리터당 약 120원 안팎이 오른 것으로, 이는 2022년 3월 이후 4년 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대형 국영 정유업체들을 동원해 유가 급등의 충격을 내부에서 흡수하며 인플레이션을 통제해 온 중국의 관성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이례적이다. 하지만 베이징은 이를 단순한 '비용 리스크'로 치부하지 않고, 오히려 이번 양회에서 통과시킨 '에너지 자립'의 시계를 앞당기고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강력한 명분으로 삼고 있다.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오랜 아킬레스건은 석유 수입 의존도가 70%에 육박한다는 점, 그리고 그 수입 물량의 대다수가 해상 수송로를 거친다는 점이다. 이른바 '말라카 딜레마(Malacca Dilemma)'다. 유사시 미국이 중동 원유의 핵심 통로인 말라카 해협을 봉쇄할 경우 중국 경제의 심장은 길어야 석 달 안에 멈춰버린다.

이번 15차 5개년 계획에는 이러한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강도 높은 대응책이 명시되었다. 2030년까지 신장위구르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와 오르도스분지(鄂爾多斯盆地) 등 자국 내 핵심 지역의 석유·가스 탐사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해 '자급자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 지역의 원유와 가스는 채굴 난이도가 높아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해 탐사를 강행하는 것은, 경제적 효율성보다 '안보'를 최우선에 두는 생존 중심의 경제 운용 기조가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산업적 관점에서 우리가 더욱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은 지난 칼럼에서 다루었던 양회의 제1대 과제,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이 에너지 분야에서 발현되는 방식이다. 중국이 그리는 에너지 독립의 완성은 단순히 땅을 파서 화석 연료를 캐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핵심은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로의 폭발적인 체질 전환에 있다. 중국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025년 21.7%에서 2030년까지 25%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서방이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규범적 관점에서 친환경을 논할 때, 중국은 이를 철저한 '공급망 안보'와 '체제 생존'의 무기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밸류체인, 즉 폴리실리콘부터 희토류 가공, 배터리 셀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장악함으로써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해상 통제력에서 최대한 벗어나는 강력한 방어막을 구축하겠다는 심산이다.

결국 폐막된 양회가 남긴 진짜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으며 외부의 어떤 타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에너지 요새'를 구축 중이다. 전통 에너지의 내부 통제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에너지의 기술 패권마저 장악해 버리는 이 투트랙 전략은 한국 산업계에 거대한 구조적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당장 에너지 자급률 상승과 기초 화학 제품의 내재화로 쏟아져 나오는 중국발 과잉 물량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석유화학 산업을 치열한 단가 경쟁과 구조 재편의 압박으로 내몰고 있다. 나아가 값싼 자국산 친환경 전력과 국가 보조금으로 무장한 '홍색 공급망(Red Supply Chain)'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글로벌 배터리·친환경 생태계의 판 자체를 변형시키는 파괴력으로 우리 기업들의 생존 공간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란 전쟁이 쏘아 올린 유가 급등이라는 나비효과는, 역설적으로 중국이 스스로의 약점을 도려내고 에너지 자립이라는 갑옷을 앞당겨 입게 만드는 강력한 촉매제가 되었다. 한국은 단순히 단기적인 유가 변동성에 대비하는 수준을 넘어, 근본적으로 판이 바뀌고 있는 중국발 '에너지·공급망 재편'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 중국이 '에너지 요새'의 구축을 본격화하며 그 안에서 '신질생산력'이라는 독자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전에, 우리의 산업 지형을 어떻게 고도화하고 수출 다변화를 이뤄낼 것인지 입체적이고 정교한 전략적 셈법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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