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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중공업 현장 ‘AI와 균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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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6. 03. 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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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선재 태깅 로봇'이 제품에 태그를 부착하는 모습. /현대제철
김한슬
인공지능(AI)가 산업 전반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조선, 철강 등 중공업 현장에서도 '스마트 팩토리(공장)' 구축과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생산 공정 자동화는 물론, 안전 관리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며 AI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 시장 역시 같은 방향성을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가 지난해 전 세계 기업 약 20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약 88%가 AI를 최소 1개 이상의 업무에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고, 생성형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가 된 셈이다.

하지만 국내 현장의 온도는 다르다. 기자가 만난 업계 관계자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일부는 업무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거나 "업무 대체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같은 기업 안에서도 부서별로 AI 활용 수준이 크게 갈리는 모습이다.

특히 중공업 분야는 노동집약적 산업 구조와 노조의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AI 전환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도입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AI 확대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해 초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두고 노조와 이견이 표출됐다. 회사는 생산성 향상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지만, 노조는 일자리 축소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발했다. 기술 도입이 곧바로 고용 문제로 이어지는 산업 구조 속에서 AI 전환이 단순한 '효율화'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은 명확하다. 국내 산업계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품질 고도화를 위해 AI 도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주요 기업 총수들은 글로벌 AI 기업 경영진과 연쇄 회동에 나서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일 것이다. 기술 도입을 서두르다 현장의 반발을 키우는 것도, 반대로 신중함을 이유로 변화를 미루는 것도 모두 부담이다. 기업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AI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킬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특히 기존 인력의 역할 재설계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단순 반복 작업은 AI와 로봇이 담당하되, 사람은 설계 고도화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환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대적인 인력 감축보단 역할 재배치를 통해 생산성과 고용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업계에서 요구된다.

AI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게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다. 기술과 사람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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