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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도 길다고 안 보는 요즘, 휴식시간 있는 영화가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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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6. 03. 31. 13:29

내달 1일 개봉 '킬 빌…'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포함 4시간 35분
상영 시간 120분 넘어가면 상영 횟수 줄어들어 흥행에 절대 불리
이색 체험 제공으로 관객 끌어들일 수 있어 장기적으론 유리해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
다음달 1일 메가박스 단독으로 개봉하는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는 지난 2003년과 2004년에 차례로 개봉했던 '킬 빌' 1·2부를 합친 작품으로, 상영 시간이 무려 4시간 35분에 이른다./제공=누리픽쳐스
쇼츠(Shorts·20~30초 분량의 짧은 동영상 콘텐츠)도 길다고 안 보는 요즘, 상영 시간이 워낙 길어 휴식 시간을 곁들이는 영화가 공개된다. 1일 메가박스 단독으로 개봉하는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다.

최근 이 영화의 수입·배급사인 누리픽쳐스에 따르면 '킬 빌…'의 러닝 타임은 무려 4시간 35분에 이른다. 지난해 개봉했던 3시간 35분 분량의 '브루탈리스트'처럼, 연극·오페라·뮤지컬·발레 관람에서나 접할 법한 15분 간의 인터 미션이 포함된 상영 시간이다. 점심 먹고 오후 3~4시부터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해가 지고 저녁 먹을 때 극장문을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낯익은 제목으로 알 수 있듯이 '킬 빌…'은 2003년과 2004년에 차례로 개봉했던 '킬 빌' 1·2부가 합쳐진 작품이다. 결혼식 당일 자신이 몸 담았던 조직에게 살해당할 뻔했던 여성 암살자 '키도'(우마 서먼)의 화끈한 복수극을 다뤄, 모두 3억3000만 달러(약 4900억원)를 벌어들였다.

당시 상영 시간이 너무 길다고 판단한 배급사가 1·2부로 나눠 개봉했지만 연출자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지금까지도 "하나의 영화로 제작했고, 한 편의 영화로서 각본을 썼기 때문에 '킬 빌' 1·2부는 하나의 영화"라고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다. 몇몇 장면의 재편집으로 서사 구조 일부가 달라지고 첫 개봉 때 잔인하다는 이유로 흑백으로 처리됐던 화면이 컬러로 복원된데 이어, 애니메이션까지 새로 더해진 한 편의 영화로 재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지난 주말까지 115만 명을 불러모아 올해 공개된 외화들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중인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킬 빌…' 만큼은 아니지만 상영 시간이 2시간 36분으로 꽤 길다. 이 때문에 상영이 끝나고 객석에서 일어날 때 쯤이면 마치 영화속 주인공처럼 광활한 우주를 오랜 시간 여행하고 난 듯한 느낌에 빠져들 정도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지난 18일 개봉한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킬 빌…' 정도는 아니지만 상영 시간이 2시간 36분에 달하는 SF 대작이다./제공=소니픽처스코리아
상업영화의 상영 시간은 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는 게 이제까지 영화계의 불문율이었다. 지루한 걸 못 견뎌하는 관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상영 횟수 감소로 인한 수익 저하를 미리 방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일종의 마지노선이었다.

이 같은 단점에도 '브루탈리스트'와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2시간 49분), '아바타: 불과 재'(3시간 17분)를 포함해 예술 영화와 텐트폴 영화(Tentpole Movie·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한해 농사를 책임지는 흥행 기대작)를 위주로 웬만한 극영화 두 편 이상의 분량인 작품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이유는 업계의 생존 전략과 달라진 상영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극장 처지에서는 숏폼(Short Form)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색다른 영상 체험을 제공해 향후 이들의 극장 나들이 횟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장기적으로 볼 때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또 인터 미션이 있는 영화의 경우, 이 시간에 식음료 판매로 객단가가 올라가 매출에도 은근히 유리한 편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역시 예전만큼 꺼려하는 표정은 아니다. 아이맥스(IMAX) 등 관람료가 비싼 특수관 상영이 가능한 유명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들에 한해서는 상영 시간이 길어져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눈치다. 실제로 현지 연예매체 더 랩(The Wrap)의 2023년 보도에 따르면 '오펜하이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더 배트맨' 등 2022~2023년 공개됐던 할리우드 텐트폴 영화 16편의 평균 러닝타임은 2시간 47분에 달했다.

메가박스의 한 관계자는 "'킬 빌…'은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들 대부분이 그렇듯, 마니아 층이 탄탄하게 존재한다"며 "게다가 이번 버전은 연출자의 의도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완전판이므로, 타란티노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단독 개봉을 결정하게 된 배경을 귀띔했다. 이어 "관객의 극장내 체류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늘어나면 관객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분을 약간이라도 벌충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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