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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보다 비싼 공공조달 시장…감사원 “조달청, 관리 부실하고 독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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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6. 03. 19. 14:46

감사원 '조달청 정기감사' 결과 발표
조달품 절반, 시중보다 비싸
업체는 다른 제품인 척…·공정거래법 위반 정황도
"조달청 구매제도, 사실상 독점 규제"
1-경 조달청5-5
공공기관의 물품 구매를 대행하는 조달청이 가격 모니터링도 없이 '바가지' 제품들을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계약 업체들이 제조사에 시중 판매가를 인상하라고 압박해 책임을 피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감사원은 조달청의 부실한 관리와 독점적인 조달 구매 제도의 한계가 이 같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19일 '조달청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조달 제품의 가격 경쟁력과 품질 만족도가 떨어지는 등 공공조달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데에 대한 조치다. 조달청의 조달 규모는 2020년 34조6000억원에서 2024년 43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조달청은 정부와 지자체 등이 필요로 하는 조달 물품의 구매 계약을 대행하고, 물품의 가격과 품질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도 운영한다.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와 조달청은 2005년부터 공공기관이 나라장터를 통해서만 물품을 구매하고, 입점 업체는 납품 단가를 시중가보다 낮게 유지하도록 하는 다수공급자계약(MAS)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조달업체들은 MAS를 이용해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물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감사원이 나라장터에 등록된 제품 가운데 370개 제품을 비교한 결과, 절반 수준인 157개 제품의 납품 단가가 시중보다 20∼297% 더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2024년 국립공주대학교 등 8개 기관은 MAS 물품 56개를 1833만원에 구매했는데, 이는 민간 온라인쇼핑몰에 비해 860여만원 더 비쌌다.

업체들은 설치 조건이나 규격만 일부 다르게 하는 방식으로 똑같은 제품을 고가에 납품하고 있었다. 납품 조건 등을 다르게 할 경우 시중품과 조달품이 동일한 제품인지 확인하기 어려워 직접적인 가격 비교가 힘들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조달청의 감시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전체 MAS 960개 품목 가운데 93%에 이르는 896개 품목이 모니터링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것이다. 물품 수를 기준으로 하면 78만3081건 중 98%(76만9916건)가 가격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밝혀졌다. 모니터링 업무를 전담한 인력도 2명에 불과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례도 포착됐다. 조달청은 조달품을 시중가보다 7~20% 높게 측정한 A 업체에게 소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업체는 "제조사 측을 통해 민간 쇼핑몰 판매가격을 조달 단가 이상으로 조정하고 앞으로도 여러 제재로 시중 가격을 통제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사례는 2022~2024년간 15개 조달업체의 46개 물품에 걸쳐 확인됐다. 다른 판매자의 가격 인상을 유도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에 해당한다. 감사원은 조달청에 18건의 감사 결과에 대해 주의 요구하거나 통보했다.

다만 조달 업체들에 대한 조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업체들의 문제 정황은 확인됐지만 정확한 여부는 조달청에서 자체 확인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의뢰하도록 조치했다"며 "조달청의 관리가 부실한 것은 물론 MAS가 조달 시장을 독점해 사실상 규제로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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