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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국가무형유산 도전하는 전통 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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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6. 03. 19. 14:53

콘텐츠 상품화로 무형유산 가치 두드려져
국가유산청 최근 지정조사 대상으로 결정
전통 다비, 다양한 의례와 전통 내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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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경주 불국사에서 진행된 조계종 원로의원 대궁당 종상스님 다비식 모습. 국가유산청은 2026년도 국가무형유산 신규종목 지정조사 대상으로 전통 다비작법을 꼽았다./사진=황의중 기자
불교 의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2025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생전예수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생전예수재는 불공(佛供) 의식이나 돈 많은 신자가 하는 재 정도로 취급됐다. 하지만 이제는 재 과정에 담긴 문화적 가치가 재평가되며 말 그대로 '문화유산'이 됐다. 전통 문화가 재가공을 거쳐 콘텐츠로 팔리는 현대 사회에서 국가무형유산은 철과 원유와 같은 일종의 자원이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 한국 영화 속 한복의 인기 등을 통해 우린 충분히 그 가능성을 봤다.

불교 의례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생전예수재에 이어 '전통 다비작법(茶毘作法)'이 국가무형유산에 지정되도록 힘쓰고 있다. 다비는 '불태우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자피타(jhapita)에서 유래했다. 출가 수행자가 열반에 든 뒤 행해지는 불교 고유의 화장 의례로 다비는 오랜 시간 한반도에서 행해졌다. 단순한 장례 의식을 넘어 불교적 인식과 공동체적 가치관이 집약된 무형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열린 전통 다비 관련 학술대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시대 상황에 따른 간편함도 어쩔 수 없지만, 전통의 복원과 계승은 중요하다. (전통 다비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유산"이라며 "점차 흐려지는 전통 다비의 온전한 계승은 우리 시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종단 차원에서 전통 다비를 지켜야 할 유산이라고 천명한 셈이다.

불교계가 목소리를 높아지자 정부 당국도 화답했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2026년도 무형유산위원회 합동분과 제1차 회의를 개최해 국가무형유산 신규종목 지정조사 대상에 전통 다비를 넣었다. 이제 사실상 조사 단계를 거쳐 무형유산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이 통과되길 기다리면 된다.

전통 다비는 의례 전 과정에는 공양과 염불, 연화단 조성 방식, 참여자 간 역할 분담, 작법의 진행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오랜 세월 사찰과 문중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보통은 통나무나 장작을 연소 주재료로 삼지만, 남양주 봉선사는 둘레목으로 사용할 나무와 새끼 타래를 사용하며, 부산 범어사는 숯과 새끼타래, 생솔가지를 사용한다. 법구(시신) 아래 땅속에 물그릇을 놓아 사리를 수습하는 장성 백양사는 지금도 조선시대 당시 다비 작법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한다. 예산 수덕사는 다른 사찰과 달리 사리를 수습하지 않는 독특한 원칙이 있다. 물질과 모양에 집착하지 않는 경허·만공스님의 선(禪) 사상을 배경에 두고 있어서다.

불교는 다른 종교 전통과 달리 죽음이 완성이자 시작인 종교다. 전통 다비 의식 안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조상들의 지혜와 통찰이 담겨 있다. 물질과 기술은 옛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전통 문화는 다르다.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욕망, 행태, 의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조상들의 지혜를 보존하는 것은 종교를 떠나서 후손들이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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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의식 중 만장 행렬./사진=황의중 기자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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