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해방공간’으로 재구성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320010006057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3. 20. 05:00

최빛나 예술감독·노혜리·최고은 참여…한강 설치작 포함
전시 넘어 수행·출판·협력으로 확장되는 프로젝트
ㅇ
노혜리의 '베어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30여 년 역사를 지닌 세계적 미술 행사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제61회에서 한국관이 '해방공간'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다. 전시는 단일 전시를 넘어 수행, 출판, 네트워크로 확장되는 프로젝트 형태로 구성돼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실험으로 주목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는 19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2026년 한국관 전시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 계획을 발표했다. 전시는 최빛나 예술감독이 총괄하고, 노혜리와 최고은이 대표 작가로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관 자체를 하나의 '기념비'로 재해석하는 데서 출발한다. '해방공간'은 1945년 광복 이후 국가 형성기로서의 역사적 개념이자, 오늘날 새로운 주권과 공동체를 실험하는 현재진행형의 운동 공간으로 확장된다. 한국관은 이 개념을 담는 임시적 구조물로 설정되며, '요새'와 '둥지'라는 상반된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전시의 핵심은 두 작가의 설치와 수행 작업이다. 최고은은 동 파이프를 활용한 설치 '메르디앙'을 통해 공간을 관통하는 흐름을 만든다. 신체의 경락과 자오선을 연상시키는 이 작업은 한국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며 막힌 흐름을 뚫는 상징적 장치로 작동한다. 노혜리는 얇은 직물 오간자로 구성한 대규모 구조물 '베어링'을 통해 한국관을 감싸는 '움막'을 구축한다. 이 공간에는 애도, 기억, 전망 등 8개의 '스테이션'이 마련되고, 공모를 통해 선발된 수행자들이 전시 기간 동안 의례적 퍼포먼스를 이어간다.

ㅇ
최고은의 '메르디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 가운데 소설가 한강의 설치 작품도 포함된다. 그의 작품 '더 퓨너럴(The Funeral)'은 제주 4·3 사건을 애도하는 작업으로, 노혜리의 구조물 내부 '애도' 스테이션에 배치돼 조각과 결합된 형태로 선보인다. 문학과 시각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역사적 기억을 환기하는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작가 중심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와 활동가를 '펠로우'로 초청해 확장된다. 농부이자 활동가 김후주, 음악가 이랑, 사진작가 황예지, 예술가 크리스티앙 니얌페타 등이 참여해 각자의 작업과 목소리를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들의 참여는 5·18 민주화운동, 제주 4·3 등 한국 사회의 역사적 사건과 동시대적 현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번 한국관은 일본관과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포함한다. 자르디니 공원 내 인접한 두 아시아 국가관이 공동 행사와 상호 개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국가 간 긴장과 경계를 넘어서는 예술적 연대를 실험하는 시도로 읽힌다.

전시는 베니스 현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선집 출간, 국제 네트워크 구축, 2027년 귀국전으로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로 설계됐다. 귀국전은 단순한 재현이 아닌 협력과 학습의 장으로 구성되며, 이후 해외 순회도 추진된다.

최빛나 예술감독은 "해방공간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생성 중인 실천의 장"이라며 "극단적 분열의 시대 속에서 연결과 전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5월 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열린다. 한국관은 개막에 앞서 5월 6일 프레스 오프닝과 공식 개막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