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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궁전이 서울로…에르미타주 ‘디지털 분관’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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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3. 20. 07:00

상암 문화비축기지서 몰입형 전시 '에르미타주 라이트'
원화 넘어선 확장된 감상 경험…한·러 문화협력의 시험대
에르미타주 디지털 전시(1)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공간과 소장품을 디지털로 구현한 몰입형 전시 '에르미타주 라이트(HERMITAGE LiGHT)'. /아트웍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궁전이 서울 한복판에서 '빛'으로 되살아난다.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공간과 소장품을 디지털로 구현한 몰입형 전시 '에르미타주 라이트(HERMITAGE LiGHT)'가 오는 4월 서울 상암 문화비축기지에서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에르미타주가 해외에서 처음 선보이는 디지털 전시이자, 사실상 '디지털 분관' 개념을 도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약 300만 점에 이르는 방대한 소장품을 물리적 이동 없이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미술관의 개념 자체를 확장하는 시도로 읽힌다.

전시를 기획한 유민석 아트웍스 대표는 러시아 미술계와의 교류를 계기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경험하기 어려운 에르미타주의 공간과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출발점이었다"며 디지털 기술을 통한 접근성 확장을 강조했다.

에르미타주 디지털 전시(3)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공간과 소장품을 디지털로 구현한 몰입형 전시 '에르미타주 라이트(HERMITAGE LiGHT)'. /아트웍스
전시가 열리는 문화비축기지 역시 상징적이다. 과거 석유 저장시설이었던 공간은 현재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산업 인프라가 예술 플랫폼으로 전환된 장소에서 러시아 황실의 궁전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전시의 메시지가 공간 자체와 맞물린다.

전시는 '이머시브(몰입형)' 방식으로 구성된다. 대형 프로젝션과 초고화질 영상, 공간 음향 시스템을 결합해 관람객이 실제 겨울궁전을 거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원형 탱크 구조를 활용해 공간 전체를 하나의 전시장으로 확장한 점이 특징이다. 관람객은 작품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을 넘어, 공간과 동선 속에서 능동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기술적 완성도 또한 강조된다. 에르미타주 소장 작품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는 초정밀 스캐닝 기술이 활용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세부까지 구현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재현을 넘어 작품의 질감과 깊이까지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전시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등 거장들의 작품 약 50점이 엄선돼 소개된다. 특히 렘브란트의 말년작 '돌아온 탕자' 등 대표작을 통해 미술사적 흐름과 서사를 함께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유 대표는 디지털 전시를 "원화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확장하는 방식"으로 규정한다. 그는 "디지털은 작품의 이야기와 맥락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언어"라며 "궁극적으로는 원화에 대한 관심과 가치 역시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앙리 마티스 - 춤
앙리 마티스의 '춤'. /아트웍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전시에 그치지 않는다. 에르미타주 측과의 협력을 통해 향후 한국 내 디지털 센터 설립과 콘텐츠 공동 개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장기적 문화 교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시된다. 실제로 에르미타주 관장 미하일 피오트롭스키는 문화 교류의 지속성을 강조하며 이번 프로젝트를 적극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속에서도 성사된 이번 전시는 문화가 외교의 또 다른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K-콘텐츠와 한국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 역시 협력의 기반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유 대표는 "앞으로 박물관은 작품을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콘텐츠와 지식이 확장되는 플랫폼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디지털 기술이 그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시는 4월 30일부터 7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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