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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길의 뭐든지 예술활력] ‘왕사남’에 북적이는 영월 관광객, 계속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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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3. 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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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과 정순왕후가 이승에서 못 다한 사랑을 천상에서 나누라는 의미로 2024년 4월 9일 영월군에서 제작·설치한 '천상재회' 동상(작가 박지원).
강원도 영월군의 '단종문화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1967년 시작하여 59회에 이르는 올해까지 '단종문화제'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이유는 누적 관람객수가 1300만명을 넘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돌풍 때문이다.

영화 1편 덕분에 영월군에 있는 단종 관련 유적지 '청령포'와 '장릉' 등이 알려지고, 주말이면 이곳을 보기 위한 관람객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 '단종문화제'에는 장항준 감독이 직접 참석한다고 했으니, 영월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은 몇 년간은 지속될 것 같다.

2주 전, 필자는 '단종문화제' 공연 프로그램 협의를 위해 영월을 방문하였다. 영월군은 이미 읍내 곳곳에 현수막이 붙어 있었고, 축제 준비로 분주해 보였다. 축제 무대가 들어설 동강둔치에서 공연 협의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청령포' 표지가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청령포로 걸어가는데,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청령포에서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몰려 올 줄 어떻게 알았나!" 주민들의 대화 내용대로 평일인데도 청령포에는 외지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관광객이 많이 있었다.

단종과 정순왕후가 다정히 손잡은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청령포로 넘어가는 배를 타러 사람들이 줄지어 가고 있었다. 쫓겨난 왕 단종과 지방 아전 엄흥도의 이야기가 영화화되어 강원도 두메산골로 사람들을 불러들일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단종문화제가 진행된 59년 동안 영월군과 군민들은 '영월'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관광박람회에도 나가고, 천문대도 만들고, '단종 국장 행렬'을 재현하고, 단종의 무덤인 '장릉'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켰다.

그러나 사람들은 영월로 몰려들지는 않았고 '단종문화제'를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한다고 했을 때도 영월에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 덕분에 영월군이 예상치 못한 대박을 맞았다.

영화와 드라마의 흥행으로 관광객 대박이 터진 지역은 전국에 제법 있다. 하지만 그 대박의 열기가 오래간 곳은 드물다. 왜 그럴까? 영화와 드라마 같은 문화예술 콘텐츠로 지역이 주목을 받았으면 지속적으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문화예술 콘텐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예산을 쥔 지방자치단체는 콘텐츠 생산자의 말보다 지역의 정치인과 지역유지들의 말을 듣는다.

콘텐츠 생산자의 자유로운 상상과 표현을 보장하고 우수한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을 지원하기보다는 지역의 정서와 지역민 우선 논리를 앞세우고 유지·보수 같은 관리에 신경 쓴다.

이래서는 대박은커녕 '중박'으로 평가받을 콘텐츠조차 만들어질 수 없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예술 행정의 기본 원칙이 지역에서는 통하지 않고 사문화돼 버렸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많은 후보들이 문화예술 공약을 내놓는다. 자신이 당선되면 문화예술로 지역이 풍성해질 것이라고 약속한다. 문화예술을 통해 주민들의 행복감을 높이고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말 잔치를 벌인다. 그러나 당선이 되면 문화예술 정책은 지역에서 끝 순위가 돼버린다. 문화예술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싸우기보다 조용히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소위 지역 현안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지역의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문화예술로 지역의 활력을 이끌 어낼 수 있는 후보들이 다음의 말을 유념하였으면 한다. "문화예술은 와보라고 강권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오고 싶게 만들 뿐이다."

/문화실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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