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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겨냥한 건 ‘이란정규군’이 아닌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이란 체제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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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3. 24. 14:20

'아르테시' 이란 정규군은 비켜두고 IRGC·쿠드스군 집중 타격
트럼프, 이란의 ‘이중 군대’ 균열 노린다
전쟁 결말은 정규군 ‘아르테시’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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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대원들이 2024년 9월2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연례 군사 퍼레이드에서 행진하고 있다. / EPA 연합
중동 전황을 "이란의 반격"으로 묶는 순간, 핵심을 놓치게 된다.
이란에는 하나의 군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를 지키는 군과 체제를 지키는 군이 분리돼 있고, 그 위에 해외 공작 조직과 내부 통제 민병대가 얹힌 복합 권력 구조다. 지금의 충돌은 국가 간 전쟁이라기보다, 47년간 유지된 '이중 군사 체제'가 외부 충격을 받으며 균열을 시험받는 과정에 가깝다.

축은 둘이다. 정규군 '아르테시(Artesh)'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아르테시'는 이란의 왕정 시절부터 이어진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정규군이다. 병력은 수십만 명에 이르지만, 혁명 이후 줄곧 주변부로 밀려났다. 장비는 노후화됐고, 예산과 권한 모두 제한적이다. '국가의 군대'이지만 권력과는 거리가 있다.

반면 '이슬람혁명수비대'(이하 IRGC)는 이란 혁명 정권 그 자체다.
1979년 혁명 직후 창설돼 최고지도자 직속으로 움직인다. 이슬람 혁명 체제 유지와 대내외적인 위협으로부터 신정 체제를 보호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미사일, 드론, 해상 비대칭 전력 등 이란의 실질적 군사력은 이 조직에 집중돼 있다.
경제와 정치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아르테시가 직업군인의 집단이라면, IRGC는 이념으로 결속된 정치군이다.

이 차이는 전쟁 양상을 갈라놓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의 반격은 거의 전적으로 IRGC가 수행하고 있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 호르무즈 해협 위협, 중동 전역의 동시다발 충돌까지 전면에 나선 건 혁명수비대다.
반면 정규군 아르테시는 국경 방어에 머문 채 전면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IRGC 내부에는 또 다른 두 축이 있다. 해외를 흔드는 '쿠드스군(Quds Force)', 이란 국내를 통제하는 '바시즈(Basij)'다.
'쿠드스군'은 이란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IRGC내 정예 특수부대로, 해외 작전 및 정보 활동을 전담한다.
중동 각지의 무장세력과 연결돼 무기·훈련·자금을 제공하며 대리전을 설계한다.
레바논, 이라크, 예멘, 가자로 이어지는 네트워크는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전장 인프라다.
이를 설계한 인물이 거셈 솔레이마니였다. 그의 사망 이후에도 시스템은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바시즈'는 전선이 아닌 거리에서 싸운다.
자발적으로 조직된 민병대로, 시위 진압과 사회 감시를 맡는다.
그러나 전시에는 정규군을 보조하는 보충 병력으로 활용되며 전쟁이 격화될수록 이들의 역할은 커진다. 외부 압박이 강해질수록 내부 통제도 강화되는 구조다.

정규군 아르테시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그리고 쿠드스군과 바시즈의 네 개의 축이 맞물리며 이란 체제를 지탱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을 트럼프 행정부는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타격은 일관되다. IRGC 혁명수비대 기지, 미사일 시설, 쿠드스군 거점이 주요 표적이다.
정규군 시설은 상대적으로 비켜간다. 단순한 군사적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IRGC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오랫동안 소외된 아르테시를 자극하는 전략이다.
두 군대 간 긴장이 커질수록 체제 내부 균형은 흔들린다. '정권의 군대'와 '국가의 군대'를 분리해놓은 구조를 역으로 파고드는 셈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권위주의 체제가 무너질 때 마지막 변수는 항상 정규군이었다. 발포 명령을 거부하는 순간, 권력은 붕괴로 기울었다.

이란에서 그 가능성을 가진 조직은 이란 정규군 '아르테시'뿐이다.
물론 현실은 견고하다. 최고지도자 직속 감시 체계, 장교단의 충성 구조, IRGC의 자원 독점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단기간 내 균열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전쟁은 시간을 축적한다.
보급이 흔들리고, 경제가 압박받고, 시민 불만이 다시 거리로 나오면 변수는 커진다. 바시즈가 내부를 틀어쥐고, IRGC가 전선을 유지하더라도, 정규군의 선택이 바뀌는 순간 균형은 무너진다.

결국 이번 충돌의 결말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겨냥한 것은 '이란군 전체'가 아니다. 이슬람혁명수비대라는 체제의 심장이다. 이 심장이 멈추지 않는 한,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47년간 주변부에 머물렀던 '아르테시'가, 끝까지 방관자로 남을 것인가.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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