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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공포’ 덮친 대출시장…은행채 금리 3년 만에 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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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3. 24. 18:11

은행채 5년물 금리 하루만에 0.2%p ↑
에너지 공급 불안이 물가 상승 불지펴
'매파' 신현송 지명에 금리인상 관측도
"영끌·빚투 급증에 소비자 부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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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공포'가 대출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다. 고환율과 국제유가 변동성이 물가 상승 우려를 자극하면서 시장금리를 밀어올리는 흐름이다. 국고채 금리와 연동된 은행채 금리 역시 3년 만에 4%대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되면서 통화정책이 다시 매파적으로 기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더해졌다. 이는 시장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고정형 주담대의 기준금리로 활용하는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이달 23일 기준 4.121%로 집계됐다. 전일 대비 0.21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은행채 5년물 금리가 4%대를 넘어선 건 지난 2023년 12월 13일(4.046%) 이후 처음이다. 신용대출의 기준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도 같은 날 3.096%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됐던 2024년 12월 이후 첫 3%대 진입이다.

은행채 금리는 중동 상황이 발발한 이달 들어서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올초 3.5%대에서 움직이던 은행채 금리는 2월 환율 급등 여파로 한때 3.8%까지 치솟았지만,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3.6%대로 다시 내려앉았다. 이후 미국의 이란 공습이 시작되면서 3.7~3.9%대에서 오르내리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고, 원유 등 에너지 수급 우려가 커진 지난 23일에는 4%대를 넘어섰다.

시장금리가 이토록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배경에는 물가 불안이 손에 꼽힌다. 미국의 원유 시설 타격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중동 상황이 격화되면서 원유 수급 차질 우려가 커졌고, 이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경우 국내 상품·서비스 전반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소는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오를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 우려에 한은이 다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 차질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안팎으로 재차 높아질 경우 한은 역시 '동결' 기조를 접고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최근 한은 총재로 지명된 신현송 BIS 국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적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실용적 매파'로 분류되면서, 시장의 금리 인상 전망에 한층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문제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금융소비자들의 금리 부담은 한층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대표 주담대 상품의 금리(5년 주기형)는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4.09%~5.98% 수준이었는데, 지난 23일에는 4.53%~6.65%로 하단과 상단이 각각 0.44%포인트, 0.67%포인트씩 상승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전인 지난 2023~2024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증시 호황으로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쏠려 있는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손재성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소위 '영끌', '빚투'와 같이 빚을 내 투자하고 있는 이들의 경우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해 주가 하락과 금리 부담이란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며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서민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자칫 금융시장 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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