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인과관계 밝히기 어려워, 집단소송 도입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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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김석범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소비자 916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인해 2300만여 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원고들은 유심 복제 위험과 범죄 악용 가능성 등으로 재산상 피해가 우려되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1인당 5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상태다.
재판의 핵심은 개인정보 유출로 원고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와 그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이다. 재산적 손해인지 정신적 손해인지에 따라 입증 방식도 달라진다.
이처럼 기업을 상대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서는 개별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일일이 입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현재 국내에서 기업 등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는 소송들은 모두 '공동소송'이다. 명시적으로 불참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효력이 발생하는 미국의 집단소송 제도와는 다르다. 즉, 원고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 승소 시에도 배상을 받을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최근 4년만에 종결된 갤럭시S22 성능저하 의혹 관련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1133명의 대규모 원고가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개인별 위자료 액수가 공개되지 않은 채 강제조정 결정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이를 방증한다.
아울러 소송의 핵심 요소인 기업 내부자료가 영업 비밀 등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아 피해자들은 제한된 자료만으로 기업의 고의와 과실을 입증해 내야 한다. 이마저도 수용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은 '증거불충분'으로 패소하게 된다. 지난 2011년 네이트·싸이월드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회사의 보호조치 미이행과 해킹사고 발생 간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때문에 디스커버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재판 전에 양측 증거 자료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 여러 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해 온 한 변호사는 "법원은 기본적으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데 있어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며, "국내 공동소송에서는 사건과 피해 간 개연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집단소송 제도와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