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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벽 넘은 퀴어 담론…‘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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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3. 29. 13:40

제도권 전면에 선 퀴어 미술 대형 기획
아트선재센터서 74명 참여 국제 프로젝트
Installation View of Spectrosynthesis Seoul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동시대 퀴어 미술을 집약적으로 조망하는 대형 전시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이 열리고 있다. 그동안 갤러리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소개되던 퀴어 미술이 미술관 전관 규모로 펼쳐지는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전시는 홍콩의 선프라이드재단과 협력해 마련됐다. 타이베이, 방콕, 홍콩을 거쳐 이어진 '스펙트로신테시스' 시리즈의 네 번째 전시로, 서울을 매개로 동시대 퀴어 미술의 흐름을 새롭게 엮어낸다.

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74명(팀)이 참여해 회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퀴어적 감각과 경험을 펼쳐 보인다.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된 작업들은 '스펙트럼'과 '합성'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다층적인 의미망을 구축한다.

마크 브래드포드 밑바닥 아트선재센터
마크 브래드포드의 신작 '밑바닥(Nadir)'. /아트선재센터
대표작으로는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퍼드의 신작 '밑바닥(Nadir)'이 눈길을 끈다. 작가가 전시장에 머물며 제작한 이 작품은 염색한 종이를 겹겹이 쌓아 올린 화면을 통해 침잠하는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드러낸다. 이 밖에도 구자혜, 김아영, 이강승 등 국내 작가들과 에텔 아드난, 리 밍웨이 등 해외 작가들이 참여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퀴어적 정체성과 사회적 조건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작업들이 배치됐다. 구자혜는 일상의 공간인 화장실을 연극적 장치로 전환해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들을 애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하지민은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의 목소리를 통해 성별 이분법 바깥의 삶이 겪는 긴장과 가능성을 드러낸다. 송세진은 재난의 장소를 개인의 기억과 결부시킨 영상 작업으로 상실과 애도의 감각을 환기한다.

또한 오인환은 서울 곳곳에 존재했던 퀴어 커뮤니티의 흔적을 향과 연기로 호출하는 설치 작업을 통해 사라진 장소의 기억을 재현하고, 박그림은 도시 속 성소수자들의 집합적 초상을 회화로 풀어내 연대의 감각을 시각화한다. 정은영은 최근 사회적 사건과 광장 경험 속에서 드러난 퀴어 공동체의 실천을 영상으로 기록하며, 개인과 집단의 서사가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한다.

Installation View of Spectrosynthesis Seoul2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전시는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과 이용우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했다. 기획진은 선프라이드재단 소장품과 신작 커미션을 함께 배치해 퀴어 미술의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조망하는 구조를 택했다. 미술관 내부 공간뿐 아니라 로비와 복도 등 이동 공간까지 전시장으로 확장해 관람 동선 자체를 하나의 서사로 구성한 점도 특징이다.

또 다른 축에서는 익선동과 낙원동, 이태원 등 서울의 특정 지역을 매개로 퀴어 공동체의 기억과 장소성을 탐색한다. 개인의 경험과 도시의 역사, 사회적 변화가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내며 한국 퀴어 미술의 현재를 구체적으로 짚어낸다.

공동 주최 측인 패트릭 선 선프라이드재단 설립자는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퀴어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이 전시가 특정 집단에 머물지 않고 더 많은 관객에게 열려, 퀴어를 둘러싼 대화와 공감이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오인환,〈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서울〉, 2026, 향가루, 410 × 440 cm. 사진_ 남서원. 아트선재센터 제공
오인환의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서울'. /아트선재센터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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