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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갤러리]데이미언 허스트의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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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3. 31. 10:50

투데이갤러리 허스트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2008, 금박을 입힌 캔버스에 나비와 가정용 유광 페인트, 삼면화, 좌/우: 280.3 × 183 cm, 중앙: 294.3 × 244 cm. 개인 소장.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는 수천 마리의 실제 나비 날개를 사용해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삼면화를 제작했다. 멀리서 보면 화려하고 숭고한 종교적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이 아름다움이 수많은 생명의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강한 긴장감을 만든다. 생명과 죽음, 숭고함과 잔혹함이 한 화면 안에서 공존하는 작품이다.

나비는 전통적으로 영혼과 부활을 상징하는 존재다. 허스트는 이 상징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도 실제 나비의 신체를 재료로 사용해 '상징과 현실의 충돌'을 극대화한다. 고대와 기독교 미술에서 이어져 온 나비의 의미는 그의 작업 안에서 다시 뒤틀리며, 삶의 덧없음과 죽음의 불가피성을 동시에 환기한다.

허스트는 1990년대 초부터 나비를 주요 모티프로 삼아왔다. 살아 있는 나비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전시장에 구현했던 초기 작업에서 출발해, 이후에는 날개를 기하학적으로 배열하는 '칼레이도스코프' 연작으로 발전했다. 반복되는 대칭 구조는 성당의 장미창을 떠올리게 하며 종교적 숭고함을 환기하지만, 동시에 그 재료가 죽은 생명이라는 사실은 관람자에게 불편한 감각을 남긴다.

결국 이 작품은 단순한 장식적 이미지를 넘어, 인간이 아름다움을 소비하는 방식과 생명을 대하는 태도까지 되묻게 한다. 매혹과 혐오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허스트는 우리가 외면해온 존재의 본질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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