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이닉스 시총 470조 증발
유가·환율·외국인 이탈 ‘3중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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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5052.46으로 3월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2월 27일 기록한 고점(6244.13) 대비 약 1200포인트(19.1%) 하락한 수준이다. 연초 4303.63에서 출발해 단기간 급등했던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한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와 국제 유가 상승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는 경기소비재(-27.35%)가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면서 항공 운항 비용과 물류비 부담이 확대된 데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면세·유통 등 소비 관련 업종 전반에서 수요 둔화 가능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가스(-26.13%) 업종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에너지 수입 단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요금 인상 여력이 제한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부각된 영향이다. 운송장비(-22.77%) 업종 또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확실성이 겹치며 20%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전기전자(-21.23%)와 IT서비스(-18.89%) 업종의 부진은 지수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대형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월 말 1281조원에서 3월 말 989조원으로 감소하며 약 292조원이 줄었고,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756조원에서 575조원으로 축소됐다. 두 종목에서만 약 473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며 시장 전반의 하방 압력을 키웠다.
반도체 투톱의 폭락은 중동 상황 외에도 구글이 발표한 AI 메모리 효율화 기술인 '터보퀀트(TurboQuant)' 출시가 결정타가 됐다.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소식에 AI 메모리 수요 감소 우려가 확산되며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를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업황의 추세 변화보다는 단기 심리 위축에 따른 과매도 구간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증권(-15.25%) 업종도 고환율과 외인 이탈에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우려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데다, 2월 증시를 달궜던 '밸류업 정책' 기대감이 조정 국면에 진입하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영향이다.
반면, 건설 업종(1.09%)은 전 업종 중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쟁 이후 재건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종목에 반영된 영향이다. 업종 전반의 펀더멘털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번 하락을 단순한 충격이 아닌 과열 이후 나타난 조정 국면으로 보고 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유가가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지정학적 이벤트 해소 이후 증시는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업종의 이익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한 만큼 향후 반등 여력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