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전 국방장관 “데이터 무결성 확보가 안보 직결”… 민·학 협력으로 ‘국방혁신’ 가속
|
'한국형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이곳의 공기는 평소보다 묵직한 긴장감과 열기로 가득 찼다. 대한민국 국방의 '브레인'과 인공지능(AI)의 '심장'이 만나는 순간을 목격하기 위해서였다.
현대전의 패러다임이 '화력(Firepower)' 중심에서 '알고리즘(Algorithm)'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국방의 '전략적 두뇌'와 '기술적 심장'이 인공지능(AI) 전환을 위해 손을 잡았다.
국방혁신기술보안협회(이사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와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원(원장 김광수)은 1일 오전 11시 20분, 경기도 판교 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원 본관에서 '국방 AI 기술 발전 및 보안 체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민·학 교류를 넘어,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방 과제인 '국방혁신 4.0'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AI 보안과 전문 인력 양성의 거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경두 이사장 "AI 무기, 보안 뚫리면 적에게 총구 돌리는 격"
이날 협약식에는 정경두 이사장을 비롯해 박춘석 상근부회장 등 협회 관계자들과 김광수 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원장, 김병규 교수 등 학계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공군 참모총장과 합동참모의장, 국방부 장관을 역임하며 대한민국 안보의 최일선을 지휘했던 정경두 이사장은 이날 축사에서 최근 국제 정세의 엄중함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정 이사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에서 확인되듯, 이제 전쟁은 물량 공세가 아닌 AI 기반의 첨단 기술전으로 변모했다"며 "이 과정에서 AI 기술의 고도화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보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적의 기만 공격(Adversarial Attack)이나 데이터 탈취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AI는 아군을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전장 데이터의 무결성 확보가 곧 국가 안보의 핵심임을 역설했다.
'국방 데이터랩' 보안성 강화… 실전형 AX 추진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국방 분야의 AI 전환(AX)을 위한 4대 핵심 과제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신속한 국방 AX 추진을 위한 공동 연구 ▲기술 교류 및 학술 세미나 공동 개최 ▲국방 데이터 관리 및 활용을 위한 보안 체계 구축 ▲국방 AX 주도 전문 인력 양성 등이다.
특히 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원이 역점을 두고 운영 중인 '국방 데이터랩'의 보안성 강화가 이번 협력의 핵심 포인트다.
김광수 원장은 "군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정제하고 학습시켜 실전에 즉각 투입 가능한 AI 모델로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며 "양 기관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실전 중심의 AI 기술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특히 '인력 양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력 자원 급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력 위주의 부대 구조를 AI 기반의 과학기술 강군으로 재편해야 하는데, 이를 주도할 고급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성균관대의 교육 역량과 협회의 국방 전문성이 결합함으로써 '국방 AX 차세대 핵심 인재' 양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K-방산 수출 호조 속 '소프트웨어 주권' 확보 과제
전문가들은 이번 협약이 K-방산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한국 방위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하드웨어 성능에 비해 AI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의 자립도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박춘석 협회 상근부회장은 "보안이 담보되지 않은 AI는 모래 위에 쌓은 성과와 같다"며 "성균관대의 원천 기술과 협회의 국방 보안 노하우를 결합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국방 AI 보안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협약식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판교 인공지능융합원의 주요 연구 시설을 시찰하며 국방 AI 모델의 고도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직 국방 수장의 전략적 안목과 첨단 기술 거점의 결합이 대한민국을 단순한 무기 수출국을 넘어 'AI 안보 강국'으로 견인할 수 있을지 안보 및 방산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