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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몸·기억·시간’이 겹쳐진 자리…APMA가 보여준 동시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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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영 기자

승인 : 2026. 04. 02. 15:04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백남준부터 양혜규까지, 40여 명 작가 참여
백남준의 콘-티키. / 차세영 기자
백남준의 콘-티키. / 차세영 기자
2일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로비에 놓인 조형물이 먼저 시선을 붙든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다. 관람객들은 이 상징적인 이미지를 시작점으로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지난 1일부터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챕터 파이브-프롬 디PMA 콜렉션'을 개최하고 있다. 7개 전시실을 따라 국내외 40여 명 작가의 작품 약 80점을 선보이며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조망한다. 전시는 매체와 세대를 넘나들며 작품 간 연결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1전시실
1전시실에 들어서면 기둥 사이로 넓게 비워진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벽면을 따라 회화 작품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걸려 있고, 중앙에는 설치 작업이 배치돼 시선이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관람객들은 작품 사이를 천천히 오가며 각자의 속도로 전시를 따라간다. / 차세영 기자
1~3전시실은 해외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회화·판화·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신체와 기억, 정체성과 관계를 탐구한다. 키키 스미스는 인간의 몸을 출발점으로 생명과 죽음, 여성성과 신화의 관계를 풀어내고, 로즈 와일리는 서로 다른 시점과 이미지를 병치해 회화의 구조를 재구성한다. 캐롤 보브의 '침엽수림 프리즘'은 강철 등 산업 재료로 유연한 형태를 구현하며 조각의 표현 범위를 확장한다.

흐름은 4전시실에서 한국 현대미술로 이어진다. 전시는 해외 작가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한국 현대미술로 시선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백남준의 '콘-티키(Kon-Tiki)'다. TV 모니터 53대를 쌓아 올린 대형 설치 작품으로,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처음 공개됐다. 화면에는 거북선과 인물, 선박 이미지가 끊임없이 재생되고, 형광빛 노가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정지된 구조물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영상과 오브제가 절묘하게 맞물리며 기술과 예술의 경계도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바로 옆에는 20여 년 만에 미술관에서 처음 공개되는 '절정의 꽃동산'이 함께 전시돼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콘-티키가 전자적 빛을 쏟아낸다면, 이불의 '비밀공유자'는 재료가 만들어내는 빛으로 공간을 채운다. 개 형상의 조각 아래 흩어진 크리스털 파편이 주변을 잘게 반사하며, 관람객의 모습이 표면에 겹친다. 작가의 죽은 반려견을 재현한 이 작품은 사라진 존재와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6.Koo Bonchang, Vessel (AM 10 BW), 2006
구본창 '백자'.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6전시실은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정리한다. 이우환, 김창열, 이건용 등의 작업이 이어지며 물성·반복·여백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 갈라 포라스-김과 이강승은 유물과 제도, 해석의 관계를 다루며 시간과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특히 출구에 놓인 구본창의 '백자'는 단순한 구성 속에서도 항아리의 곡선과 미세한 음영을 통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전시는 7전시실에서 양혜규의 신작으로 마무리된다. '겹쳐진 모서리 - 환기하는 주황과 파랑의 사각형'은 형광빛 구조물이 회전하며 관람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장면을 만들어낸다.

해외 현대미술과 한국 미술을 유기적으로 엮어낸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2일까지 이어진다.

캐롤 보브 '침엽수림 프리즘'. / 차세영 기자
캐롤 보브 '침엽수림 프리즘'. / 차세영 기자
차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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