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법 강조한 도법스님 작성 시를 주련으로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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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남원 실상사는 1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휴휴당 주련 불사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실상사 주지 운묵스님은 휴휴당 한글 주련의 디자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구산선문(九山禪門) 최초 가람인 실상사는 2028년 개산 12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문자반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문자반야 프로젝트는 실상사 경내 모든 전각의 현판, 주련, 안내판 등에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불교 정신을 구현하겠다는 기획이다. 제1차 프로젝트를 통해 선재집 현판·천왕문 주련을 완성했으며, 지난해 10월에 휴휴당 편액 불사를 마치고 오는 19일 경내에서 '휴휴당 주련 모심 법회'를 봉행한다.
휴휴당 주련은 얼핏 보면 한글도 한문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어린이들은 '거울'과 같다고 해석한 이 디자인은 서예가 다천 김종원 선생이 한자 서체 중 하나로 곡선미가 돋보이는 소전체를 응용한 한글로 구현해냈다. 각자(刻字)는 국가무형문화재인 김각한 각자장이 맡았다.
미학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읽기는 힘들 수 있다는 지적에 문자반야 프로젝트 추진위원 안상수씨는 "쉽게 오는 것은 쉽게 나간다는 말이 있다. 반면 보는 사람과 대상 사이에 긴장감이 있으면 예술적인 상태로 변한다"며 "또한 쉬러 온 템플스테이 참가자에게 사유할 거리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주련의 내용은 도법스님의 시이다. 도법스님은 신도들과 인도 순례 중 '그대가 곧 나'라는 연기적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시로 읊었다. 불교 경전이나 선어록 가운데 전각에 맞는 글귀를 따서 옮기는 기존 방식을 깬 것이다.
이를 두고 운문스님은 "이번 불사는 불교의 언어와 형상, 그리고 정신이 오늘의 시대 속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 숨 쉴 수 있는지를 묻는 하나의 새로운 시도였다"며 "우리가 과거의 권위와 형식에만 집착하고 안주한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에 닿는 새로운 불교문화가 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의 뿌리를 지키면서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고자 하는 실상사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깊은 식견과 창조적 안목을 지닌 예술가가 함께해줬다는 데 감사하다"며 실상사의 문자반야 프로젝트를 지켜봐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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