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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경제 충격파’ 확산…세계 성장 둔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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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4. 14. 10:07

유가·원자재 폭등에 공급망 흔들
美 해상 봉쇄 겹치며 장기 침체 우려
IRAN-CRISIS/OIL PRICES
한 화물선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오만 무산담 반도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전쟁이 촉발한 경제 충격이 전 세계로 빠르게 번지며 단순한 에너지 위기를 넘어 글로벌 경기 둔화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망 교란, 정치적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복합 위기'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란 해상 봉쇄 조치가 이러한 충격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전쟁으로 불안정해진 시장에 추가적인 공급 축소 요인이 더해지면서 충격의 범위가 전 지구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과거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던 이 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에너지 시장은 구조적 충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봉쇄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원유 공급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알루미늄 가격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이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의 약 10%를 담당하는 만큼 공급 차질 우려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에너지뿐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충격은 아시아에서 먼저 가시화하고 있다. 일부 제조업체는 생산을 줄이고 있고, 주유소에서는 연료 배급이 시작됐다. 항공업계 역시 항공유 부족으로 운항 축소에 나섰다. 한국과 일본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타격이 크다.

반도체 산업에도 여파가 번질 가능성이 있다. 헬륨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유럽 경제는 이번 사태로 더 둔화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유럽 경제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보조금 규정 완화와 공동 가스 구매 등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미국은 에너지 순수출국이라는 점에서 공급 측면의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휘발유 가격 상승이 소비자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에너지 가격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을 인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요 산유국인 걸프 국가들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카타르는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이 크게 훼손돼 복구에 최대 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걸프 지역 전반의 에너지 인프라 복구 비용은 25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 타격도 심각하다. 카타르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아랍에미리트(UAE)는 8%, 사우디아라비아는 6.6% 감소가 전망된다. 기업과 관광 허브로서 쌓아온 신뢰도 역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포뮬러원 대회와 각종 국제 전시·컨퍼런스가 잇따라 취소되며 관광·서비스 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중동이 추진해온 인공지능(AI)·기술 허브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경제 충격은 정치 지형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농민들이 연료 가격 상승에 항의해 도로와 정유시설을 봉쇄했고, 인도에서는 가스 가격 급등이 노동자 시위로 확산했다.

헝가리에서는 물가 상승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며 야당이 압승을 거두는 등 '물가 민심'이 정치 결과를 좌우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활비 상승이 각국에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충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독일 국책은행인 독일재건은행(KfW)은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2027년 말까지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르무즈 해협 차단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성장률이 크게 둔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해협 통제가 두 달 이상 지속되면 세계 경제가 기존 성장 경로로 복귀하는 시점이 2028년까지 늦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화할 경우 미국 경제도 완만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 경제 구조 자체를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에너지 의존 구조와 공급망 안정성,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장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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