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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극단의 시대, 비정상의 표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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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기자

승인 : 2026. 04. 1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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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이하은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새 한 달 반이 지났다. 그동안 전쟁 당사국들이 보인 행보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우리 사회가 쌓아 온 보편적 가치,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체계와 질서, 규범이 어디까지 무력화됐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명분부터 빈약했던 이번 전쟁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하나님의 섭리'나 '성전' 같은 종교적 수사를 끌어왔다. 미국은 이란의 핵 위협을 구실로 전쟁을 시작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임박한 위협은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성전' 등의 표현을 동원해 종교의 힘으로 전쟁을 정당화하려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동조하는 것을 넘어 자신을 예수처럼 묘사한 AI 이미지를 공유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과거 나치 홀로코스트 피해자였던 이스라엘은 미국을 끌어들여 전쟁을 주도하며 주변국에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공습을 당한 이란도 결코 선량한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에 애꿎은 이웃 걸프국들을 공격하며 물귀신 작전을 폈다. 반정부 시위에 나선 자국민에 총을 겨눠 3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최고지도자를 '순교자'라 치켜세우며 그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였다.

국내 상황도 복잡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SNS에 이스라엘군 관련 영상을 공유했다가 외교적 마찰을 빚었다. 정부는 보편적 인권 문제에 대한 신념이라고 설명했으나,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자료를 활용하고 '유대인 학살과 다르지 않다'는 언급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외교 당국 간 '유감'과 '규탄' 성명이 오가는 소모적 갈등을 초래했다. 국가 지도자의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가 국익과 국격에 의도치 않은 부담을 준 셈이다.

정치권의 행태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여당은 대법원 판결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법왜곡죄와 대법관 증원을 강행하는 등의 행보로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야당 역시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불법성을 인정한 12·3 비상계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식적이지 않은, '비정상'이 표준이 되고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뒷전인 채 힘의 논리와 정파적 이익이 법과 질서를 무력화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민주적인 절차로 집권한 나치가 인류를 비극으로 몰아넣었듯, 지금의 민주주의도 제 기능을 못 하고 권력의 폭주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 극단의 시대에, 다시 사회의 역할과 민주주의의 기능, 국제사회의 기능에 대해 되묻는다. 특정 세력의 강경 행보가 세계의 주축이 된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시스템이 권력자의 사유물이 되고 보편적 가치가 무력화될 때 민주주의는 더 이상 만능일 수 없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온 체제는 지금 제 기능을 못하고 힘없이 짓밟혀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이제는 권력의 폭주와 시대의 역행을 저지할 강력한 제도적 방지책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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