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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플랫폼 규제, ‘규모’보다 ‘소비자 후생’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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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15. 18:02

-실질적 폐해 입증 기준, 플랫폼 규제해야
-사전 규제와 운영 제약은 혁신 저해하고 결국 소비자 비용으로 전가돼
-막연한 의심보다 시장 역동성 살리는 신중한 법적 판단과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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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직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겸임교수
온라인 플랫폼을 평가하는 기준은 기업의 외형적 규모가 아니라 시장에서의 실제 행위여야 한다. 플랫폼의 성장 동력은 소비자에게 더 낮은 가격과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나온다. 소비자가 모이면 그 힘에 이끌려 더 많은 판매자가 입점하고, 축적된 데이터와 거래는 다시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진다.

성공한 플랫폼들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이른바 '플라이휠' 구조의 핵심도 바로 이 선순환을 유지하는 데 있다. 플랫폼은 일정한 규모를 넘어야 비로소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규모는 횡포의 수단이 아니라 소비자 선택이 쌓인 결과이자 선순환을 떠받치는 조건이다. 소비자는 플랫폼의 연매출이나 외형을 보고 앱을 열지 않는다. 합리적인 가격과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가 소비자의 선택을 가른다.

최근 한국의 플랫폼 규제 흐름은 정책 당국과 사법부 사이의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낸다. 정책 당국이 심사 지침 등을 통해 규제 집행의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대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그런 규제 판단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적 한계를 분명히 했다.

검색 알고리즘 사건에서 사법부는 자사 우대 행위 자체를 곧장 위법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독점 유지 의도와 실질적인 경쟁 제한 효과가 엄밀히 입증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알고리즘의 조정과 변경을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인정한 대목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는 거대 플랫폼이라는 외형만으로 부당성을 예단하기보다, 실제 행위가 소비자 후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객관적 근거로 입증돼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것이었다.

현재 입법기관에 계류 중인 규제 논의는 여전히 강력한 사전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사 우대 등을 겨냥한 '독점 규제'와 중개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공정화 규제'는 입점업체 보호라는 정책적 명분을 내세운다. 수수료 체계 명시나 판매 대금의 별도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규제 비용이 기업 내부의 비용 부담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판매 대금의 별도 관리나 정산 주기 단축은 판매자의 대금 회수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으나, 플랫폼 입장에서는 유동성 관리 부담을 키우고, 서비스 재투자에 필요한 자금 운용의 폭을 좁힌다. 이는 변화가 빠른 플랫폼 시장에서 인프라 투자나 사용자 경험 개선에 필요한 자원을 즉각적으로 동원하는 능력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서비스 제한에 대한 사전 통지 의무는 판매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악성 판매자의 신속한 차단이나 운영 정책의 유연한 수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실시간으로 고도화되는 추천 시스템을 세부 가이드라인으로 규제하게 되면, 플랫폼 시스템을 더 느리고 낡게 운영하도록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은 이러한 운영 제약에 따른 유·무형의 비용을 내부적으로만 처리하지 않는다. 한정된 자원을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보수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며, 이는 결국 소비자 편익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는 정책의 의도보다 서비스 질의 실제 변화에 더 민감하다. 혜택의 축소나 서비스 가격의 인상, 혹은 알고리즘의 효율성 저하에 따른 편의성 감소와 같은 효용의 변화가 선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정 참여자를 보호하려는 규제가 도리어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배경이다. 정책이 구체적 폐해에 대한 입증보다 기업 규모에 대한 경계에서 출발할 때, 그 사회적 비용은 결국 시장 참여자 전체가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은 더 큰 혁신을 통해 성장해야 하며,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서 위상을 넓혀 가는 단계에 있다. 이런 시기에 아직 더 성장해야 할 플랫폼을 단지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위협으로 단정하기보다, 구체적 폐해가 입증될 때에만 개입을 검토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플랫폼 규제의 기준은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소비자 후생을 해치는 구체적 폐해가 확인됐는지에 있다.

막연한 의심으로 시장을 재단하면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확장이 아니라 시장의 역동성을 해치지 않으려는 신중함이다. 그것이야말로 플랫폼 규제의 기준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노은직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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