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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T+2’로 고리대금업한 증권사…3년간 이자수익 18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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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삭 기자 | 김민혁 기자

승인 : 2026. 04. 15. 17:48

3년간 12개사 이자수익 총 1806억
키움·미래 두곳이 전체 87% 독식
카카오 수익 13배, 토스 2.5배 쑥
결제 주기 단축 시사에도 '부정적'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을 팔고도 이틀 뒤에나 판매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결제 구조를 지적한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이러한 'T(거래일)+2' 결제 시스템을 수익원으로 삼아 매년 수백억원의 이자 수익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는 매도 당일(Trade)로부터 2영업일 후(T+2) 대금을 수령할 수 있는데, 그사이 급전이 필요한 투자자에게 10%대 고금리 이자를 받고 매도대금을 선지급하는 '매도대금담보대출'을 통해서다.

특히 위탁매매(브로커리지) 강자로 꼽히는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한 해 동안 평균 3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체결이 확정된 매도대금을 담보로 삼는 만큼 떼일 위험이 없는데도 저축은행 신용대출에 버금가는 고리대금 수익을 올린 셈인데, 사실상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수익 구조라는 비판이 정치권과 시장 안팎에서 터져 나온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 및 토스·카카오페이증권의 매도대금담보대출 이자수익 현황'에 따르면, 이들 증권사는 2023년 593억2900만원, 2024년 523억3200만원, 2025년 687억2600만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3년간 증권사 12곳이 챙긴 이자수익은 총 1805억7500만원이다.

증권사별로 보면 키움증권이 작년 기준 365억9300만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32억18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두 회사가 전체 이자수익의 87%를 독식한 구조다. 같은 기간 코스콤에 따르면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국내주식 거래대금 점유율은 각각19.98%, 12.52%로 업계 1~2위를 달렸다. 그런 만큼 매도담보대출 수요가 집중되는 특성이 이자수익 쏠림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증권사들의 매도대금담보대출 수익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증가세는 공통적이다. 토스증권은 2023년 6억3300만원에서 2025년 16억1000만원으로 2.5배 이상 뛰었고, 카카오페이증권도 같은 기간 8800만원에서 11억3200만원으로 13배 가까이 급증했다. 두 핀테크 증권사 모두 몇 년 새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난 점이 이자수익 급팽창으로 직결된 셈이다. 이들 증권사는 매도대금담보대출이란 명칭 대신 '주식판매금 미리받기'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KB증권(14억2000만원)과 삼성증권(12억9200만원) 역시 연간 10억원 이상 수익을 거뒀다. NH투자증권(9억3800만원), 하나증권(7억4000만원), 신한투자증권(5억7300만원), 한국투자증권(5억3600만원), 대신증권(3억7300만원), 메리츠증권(2억5000만원) 등 다른 6개 대형사들도 수십억원씩 수익을 올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주식을 팔면 왜 모레(2영업일 뒤) 돈을 주냐"며 "필요하다면 조정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다음 날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증권사들이 주식 대금을 미리 당겨 주고 이자를 챙겨 돈을 버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내 돈 주고 쌩돈 빌려서 이자까지 물어야 하는 황당한 상황 아니냐"고 꼬집었다.

매도대금담보대출은 이미 체결이 확정된 매도계약에서 발생할 대금을 담보로 하는 만큼,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차단돼 있다. 통상 금리는 대출의 리스크를 반영하는데, 이 상품에는 신용 리스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연 10% 안팎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 시장의 낡은 결제 인프라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T+2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지난해 T+1 전환을 완료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내년 10월부터 결제주기 단축을 추진 중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간담회에서 유럽과 보조를 맞춰 결제 주기를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다층적인 외국인 투자자 거래 구조와 시차 문제 등 실무 복잡성이 큰 까닭에 우리나라만 결제 주기 단축을 서두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제 인프라 전반을 개편해야 하는 대규모 사안인 만큼, 유럽 및 동아시아 주요국과의 국제적 보조에 맞춘 단계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거래소나 예탁원이 두세 달 처리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만 선제적으로 단축했다간 국가 간 거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이삭 기자
김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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