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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한국거래소가 ‘24시간 거래’ 구축하는 진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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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승인 : 2026. 04. 20. 17:59

니스닥 "24시간 거래로 한국 자금 흡수"
시차 장벽 허물어 글로벌 유동성 선점
단순 편의 넘어 '시장 주도권' 대응
박주연_증명
"미국 나스닥 프리·애프터마켓 투자자의 60%가 아시아인이고, 이 중 40%가 한국인입니다. 이들이 자국의 낮 시간에도 나스닥에 투자할 수 있도록 24시간 거래 체계를 구축해 유동성을 흡수할 것입니다."

최근 세계거래소연맹(WFE) 총회 현장에서 나스닥(NASDAQ) 최고경영자(CEO)가 한국거래소 측에 직접 건넸다는 발언입니다. 이 메시지는 단순한 사업 구상을 넘어, 사실상 한국 투자자의 자금을 겨냥한 '선전포고'에 가깝게 해석됩니다.

역설적으로 보면, 글로벌 대형 거래소가 거래시간 확대 전략의 핵심 타깃으로 '한국 자금'을 지목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국거래소 내부에서 위기감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응이 늦어지면 단순한 자금 유출을 넘어, 국내 시장의 가격 형성과 거래 기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도 거래시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우선 거래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고, 이후 내년 말까지 24시간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겉으로는 국내 투자자 편의 개선으로 보이지만, 실제 초점은 다릅니다. 해외 자본이 한국 시장에 보다 쉽게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나스닥이 한국 자금을 끌어들이려 한다면, 한국거래소는 그 흐름을 붙잡기 위해 시간을 조정하는 구조입니다.

핵심은 '시차'입니다. 한국과 미국(동부 기준)은 약 13~14시간 차이가 납니다. 현재 구조에서는 해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거래하려면 본국 기준으로 밤이나 새벽에 대응해야 합니다. 반대로 국내 투자자는 밤에 미국 주식을 거래하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시장 접근성이 시차에 가로막혀 엇갈려 있는 구조입니다.

나스닥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아시아 투자자가 자국의 낮 시간에도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한국 투자자는 더 편하게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고, 한국 시장으로 유입될 자금의 유인은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까지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이낸스(Binance), 크라켄(Kraken) 등은 이미 24시간 거래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이들이 주식 기반 디지털 자산 거래까지 확대할 경우, 투자자는 굳이 시간 제약이 있는 시장을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게 됩니다.

예컨대 해외 투자자가 자국의 낮 시간에 '삼성전자 토큰'과 같은 유사 자산을 코인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게 된다면, 굳이 시차를 감수하며 한국 시장 개장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 경우 단순한 거래량 감소를 넘어 가격 형성의 중심 자체가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단순한 점유율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기반이 흔들리는 사안입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시장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체거래소(ATS)와의 경쟁은 핵심 변수가 아닙니다. 거래소가 실제로 마주하고 있는 전선은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입니다.

관건은 '속도'입니다. 나스닥은 올해 3분기 거래시간 연장을 예고하며 24시간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시스템 정비 등을 이유로 일정이 한 차례 밀려 9월 14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스닥보다 뒤처질 경우 유동성을 선점당해 제도 도입의 실익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소가 속도를 끌어올리는 이유입니다.

물론 거래시간 확대가 만능 해법은 아닙니다. 거래시간이 늘어날수록 시스템 부담과 보안·감시 리스크는 커집니다. 야간 거래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인프라와 전문 인력 확보 역시 필수 과제입니다.

결국 이번 거래시간 확대는 투자자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구조적 대응에 가깝습니다. 이제 시장이 '어느 시간대에 열려 있느냐' 보다는 '글로벌 자금이 어느 시장에 머무느냐'를 둘러싼 시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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