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로·자동문 등 접근성 설계 특징
단, BF 인증 민간 비중 5%…비용·절차 등에 지연
“규제·인센티브 병행…시장 확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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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민간 건축물로 확산은 아직 더딘 모습이다. 공공 발주 현장에선 배리어프리가 의무 항목 등으로 자리 잡았지만, 민간 건축주와 시행사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 부담 대비 수익 회수 경로가 불분명하다는 인식에서다. 시설 확충과 시장 형성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정책 의지를 민간 수요로 연결하는 배리어프리 건축의 다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2일 찾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지하철 역사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동선부터 '문턱 없는 설계'가 체감됐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에서 DDP 마켓으로 이어지는 경사로는 휠체어 두 대가 교차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넓었고, 경사 또한 완만해 고령자 이동 부담을 최소화했다. 점자블록은 자동문 앞까지 끊김이 없이 이어졌다.
어울림광장을 거쳐 뮤지엄·아트홀·디자인랩으로 이어지는 길 역시 계단 대신 완만한 경사로로 연결돼 있었다. 건물 출입구는 모두 자동문으로 설계돼 휠체어 이용자나 유아차 이용자 모두 별도의 도움 없이 진입이 가능했다. 외부 보도와 연결되는 구간에도 단차가 거의 없어 전동 휠체어 이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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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카운터는 높낮이를 달리해 휠체어 이용자와 어린이도 직원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게 했다. 모든 층에 장애인 화장실이 마련돼 있었고, 수유실도 인접 배치돼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한 설계가 눈에 띄었다. DDP는 설계 단계부터 BF 1등급을 획득한 대표 사례로, 유니버설 디자인이 구현된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어울림플라자는 전국 최초 배리어프리 복지문화복합시설로, 공공 배리어프리 설계가 집약된 또 다른 사례다. 등촌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의 평탄한 접근로와 단차 없는 출입구가 이동 약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건물 내 엘리베이터는 20명 이상 수용 가능한 병원용 설비로, 문 개폐 시 음성 안내가 제공된다.
계단 손잡이에는 점자 안내판이 부착돼 있고 미끄럼 방지 바닥재도 적용됐다. 도서관에는 휠체어 전용 좌석과 높낮이 조절 키오스크가, 체력단련실에는 배리어프리 운동기구가, 수영장에는 수중 휠체어가 구비돼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복합시설 기능이 실제 이용 행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공공영역에서는 배리어프리 및 유니버설 디자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관련 종합계획과 조례를 통해 보도·교통시설·공공서비스 전반에 이를 적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공시설 대상 '유니버설디자인 컨설팅'도 확대하고 있다. DDP는 2009년 설계 단계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1등급을 획득했고, 2012년 준공 이래 유니버설 디자인이 구현된 공간으로 평가받으며 관련 박람회와 워크숍도 꾸준히 운영해 왔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연령·성별·장애를 불문하고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지향하는 개념으로, 국제적으로도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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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는 공공영역을 대상으로 '유니버설디자인 컨설팅'도 운영 중이다. 전문 컨설턴트가 공공공간·교량·보행로·지하 공공 보도·공중화장실 등을 현장 점검하고 개선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공중화장실의 색채 계획 수립이나 옷걸이 높이 조정 등 세부 개선까지 이뤄지고 있다. 올해도 이달까지 신청 접수가 진행된다.
그러나 민간 영역에서는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이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배리어프리 건축이 복지의 개념을 넘어 정부 정책의 연장선으로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선 정책 설계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건복지부가 건물 설계 단계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운용 중이다. 다만,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올해 1월 발표한 자료 기준으로 전국 BF 본인증 취득 건물 7500여 곳 가운데 민간 건물은 4~5%에 불과하다.
비용과 절차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통로 확장, 점자블록, 음성 안내 시스템 등 설비 도입에 따른 초기 투자비가 불가피한 데다, 설계 변경과 재시공이 반복되며 사업 기간도 늘어난다. 예비인증에만 평균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도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다.
수요 인식의 한계도 작용한다. 민간 개발사업은 여전히 비장애인 중심 수요를 기준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이동 약자를 독립적인 소비층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팽배한 탓에, 투자 대비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이 의사결정을 가로막는다.
결국 제도는 마련됐지만 시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괴리가 민간 확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인증 취득에 따른 인센티브 강화나 초기 비용 지원 등 유인 구조 개편 없이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제해성 아주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는 "배리어프리 건축은 사회의 포용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지만, 민간에서는 비용 부담과 사업성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률적 규제보다 용적률 상향 등 규제 완화형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한 유도 정책이 보다 실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제·금융 지원 등 추가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의 혜택을 병행하고, 다중이용시설 등 공공성이 높은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배리어프리를 비용이 아닌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로 인식하는 전환과 함께, 민간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 균형 있는 정책 설계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