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검사수첩] 못 잡던 ‘콜뛰기’ 배후…검사가 만든 ‘프로그램’에 덜미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426010007979

글자크기

닫기

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4. 26. 17:00

AI 활용해 자동분석 프로그램 개발
특사경과 수사자료 공유하며 추적
불법 콜택시 영업한 업주 4명 기소
수원지검 여주지청 한우현 검사
수원지검 여주지청 한우현 검사. /정민훈 기자
"통신내역을 보니 일정한 패턴이 보였고, 이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분석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습니다."

수년간 경기 이천시 일대에서 택시업계를 좀먹어 온 불법 콜택시 조직, 이른바 '콜뛰기'의 실체가 한 검사의 과학수사 끝에 드러났다. 수원지검 여주지청 소속 한우현 검사(33·변시 11회)는 불법 콜택시 기사와 업주 간 연결고리를 추적하고자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해 수사의 단서를 찾아냈고, 이를 토대로 범죄 실체를 밝혀냈다.

발단은 지난해 5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경기도 특사경)이 송치한 '불법 콜택시 기사' 사건이다. 한 검사는 사건 기록을 검토하던 중 기사들만 적발되고 배후 업주는 빠져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지역 토착 범죄의 뿌리를 캐는 수사에 착수했다. 불법 콜택시는 여객자동차운송사업 면허 없이 요금을 받고 승객을 운송하는 행위로, 택시업계의 영업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승객 안전까지 위협하는 범죄다.

그가 눈여겨본 단서는 승객들이 불법 콜택시를 호출할 때 사용한 전화번호였다. 2024년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이천시에서는 신고 포상금을 노린 신고자가 1327차례에 걸쳐 기사들을 신고했는데, 한 검사는 이 신고 자료와 통신기록을 맞춰보며 조직의 흔적을 좇았다.

그러자 숨겨진 운영 방식이 드러났다. 승객이 '031-XXX-YYYY' 번호로 전화를 걸면 곧바로 다른 '010-AAAA-BBBB'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됐고, 그 휴대전화 주인이 기사들에게 콜을 배정했다. 겉으론 지역번호 전화 한 통이었지만 실제론 배후 업주가 휴대전화로 조직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별도 사무실 없이 휴대전화가 콜센터 역할을 한 셈이다.

이 같은 패턴을 확인하고도 문제는 남아 있었다. 통신영장으로 확보한 자료가 수십만 건인데, 사람이 일일이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 박사 학위 소지자인 한 검사는 AI를 활용해 '통신내역 자동분석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했고, 방대한 기록 더미 속에 숨어 있던 업주들을 찾아냈다. 한 검사는 곧바로 업주들의 인적사항을 특정했고, 경기도 특사경과 수사자료를 공유하며 업주 추적을 위한 수사를 지휘했다.

그 결과 한 검사는 면허 없이 불법 콜택시 영업을 한 혐의(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로 강모씨(32), 김모씨(26), 박모씨(26), 고모씨(46)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각기 다른 기간 동안 'OO 렌트카' 상호를 내걸고 영업하며, 최소 6500만원에서 최대 1억7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승객 알선 대가로 기사들에게서 매월 40만원가량의 사납금을 받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한 검사는 "그동안은 기사들만 처벌되고 상선에 대해 추가 진술이 거의 없어 추적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기사 대부분이 서로 한 다리만 건너면 알 정도로 얽혀 있었고, 진술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업주들 역시 서로 잘 아는 사이여서 누군가 조사를 받으면 관련 내용이 퍼져 수사 진행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수년간 이어진 토착 범죄의 사슬을 끊어냈어도 법의 빈틈은 남아 있었다. 4개 업체 업주들이 사납금으로 챙긴 수억원대 부당이익은 현행법상 환수할 수 없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통상 3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형에 해당하는 범죄 등을 대상으로 몰수·추징을 허용하지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의 법정형은 징역 2년 이하로 대상 범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 영업에 쓰인 '031' 지역번호도 이용을 중지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대부업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때는 번호 이용 중지가 가능하지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이를 강제할 근거가 없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사는 "이번 사건에서 범죄수익을 직접 환수하지 못했지만, 사납금을 받고도 세금을 내지 않은 부분을 조세 범죄로 판단해 관할 세무서에 고발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 검사는 특사경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감독 권한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 "지휘라는 것이 거창한 권한 행사가 아닌 송치 전 협의하는 모든 과정이 사실상 지휘가 될 수 있다"며 "특사경이 특정 분야에 대해 검찰보다 전문가지만, 수사에 대한 전문성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사하는 것이 중요한 데, 지휘 부분이 없어지면 수사에 대한 의견을 줄 수 없어 특사경 실무상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정민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