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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답을 찾다] 병원 밖으로 나온 장애인, 커피 내리고 빵 구우며 자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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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4. 27. 17:16

대구 달성군 1호 마을기업 정인장애인복지회
주거·교육·직업훈련·일자리 잇는 자립 체계 구축
수정됨_딜라이트 음료제조사진
정인장애인복지회가 운영하는 카페 딜라이트에서 근로자가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정인장애인복지회
대구 달성군에서는 병원과 가정에 머물던 정신장애인과 발달장애인들이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는 '월급 생활자'로 사회의 일원이 되고 있다. 한 마을기업이 주거와 교육, 직업훈련, 일자리를 하나로 잇고 카페와 베이커리를 실제 일터로 만들면서다. 보호 대상에 머물던 이들은 지역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며 스스로 살아가는 경험을 쌓고 있다.

27일 정인장애인복지회에 따르면 복지회는 대구 달성군 1호 마을기업으로, 정신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사회복지기관이다. 현재 주거시설과 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을 운영하며 일·배움·주거를 결합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인장애인복지회의 출발점은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였다. 정신보건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이무희 정인장애인복지회 행복울타리 원장은 정신과 병원에서 오랜 기간 폐쇄병동을 벗어나지 못하는 만성 정신질환자들을 보며 지역 안에서 살아갈 기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증상이 안정돼도 가족 돌봄 부담과 생활 기반 부족으로 병원에 머무는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2004년 여성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꿈이 있는 사람들'을 설립하며 지역사회 복귀 지원을 시작했다. 이후 정인장애인복지회는 주간재활과 직업재활 기능을 더했고, 제빵 수익사업을 기반으로 2011년 달성군 1호 마을기업에 지정됐다.

이 원장은 "정신장애인들에게는 지역사회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큰 재활의 시작"이라며 "사회적 관계를 맺고, 역할을 수행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구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정인장애인복지회의 자립 지원 체계는 병원 밖 '삶터'에서 시작된다. 여성 공동생활가정 '꿈이 있는 사람들'과 남성 공동생활가정 '꿈드림하우스'에서 식사 준비와 청소, 금전 관리, 대중교통 이용, 병원·약물 관리 등 기본 생활을 익히고, 배움터인 '해피하우스'에서 사회성 교육과 자기관리 훈련을 받는다. 직업 의지가 생기면 직업재활시설 '행복울타리'에서 직무훈련을 받은 뒤 임가공 작업을 하거나 해피베이커리, 달성군청 '딜라이트', 여성문화센터·예아람학교·장애인지원센터 카페 '솔트', 마사회 판매 부스 등 실제 일터로 나아간다.
수정됨_해피베이커리 제빵
해피베이커리 근로자들이 대구 달성군 작업장에서 빵을 만들고 있다. /정인장애인복지회
이 같은 자립 체계는 실제 사업 성과로도 이어졌다. 카페와 베이커리 등 행복울타리 전체 매출은 2022년 5억9900만원에서 2025년 10억6200만원으로 늘었다. 2025년 기준 카페 사업장 누적 고용 19명 중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5명에 이르며, 10명의 장애인(2026년 3월 기준)은 동료 지원 활동가로 고용돼 지역 내 다른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인장애인복지회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23년 모두애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모두애 마을기업은 높은 매출과 브랜드 가치, 지속 가능성을 갖춘 곳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간판 마을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선정한 마을기업이다.

정인장애인복지회 일터의 특징은 장애인을 단순 보조 인력으로 두지 않는 데 있다. 이곳에서는 장애인이 커피를 내리고 음료를 만들고 매장을 운영한다. 장기근속 장애인은 신입 장애인에게 직무를 알려주는 멘토 역할도 맡는다. 이 원장은 "처음에는 장애인들이 카페에서 중심 업무를 할 수 있을지 걱정도 있었다"며 "하지만 레시피를 단순화하고 역할을 나누자 커피 추출, 음료 제조, 고객 응대까지 각자의 공정을 맡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안에 들어선 카페는 장애인 일터이면서 주민이 이용하는 생활서비스 공간이다. 공공기관 유휴공간을 활용해 장애인 고용을 만들고, 주민은 카페를 이용하며, 수익은 다시 장애인 임금과 일자리 유지에 쓰인다. 지역 안에서 돌봄과 일자리, 생활서비스가 함께 도는 구조다.

이 원장은 "정신장애인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지역 안에서 관계를 맺고 역할을 해보는 기회"라며 "일하고 월급을 받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경험이 쌓여야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힘도 생긴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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