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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안보정론] 이란핵과 북핵 그리고 한반도 핵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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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03. 10:01

김태우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이란 전쟁이 끝이 어떤 모습일지 정확하게 예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한 가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핵문제가 '불완전한 합의'로 봉합되는 경우, 이슬람 혁명정부의 꺼지지 않는 핵야망이 다양한 방향으로 파장을 발산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란핵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를 흔들면서 중동에 핵확산 도미노를 유발할 수 있고, 이스라엘-이란 간에 존재한 '확전의 함정'을 자극하여 핵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2026년 1월 미국의 '확고한 결의 작전, 2025~6년 미·이스라엘의 '장대한 분노 작전'과 이란 핵시설 공습,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 암살 등을 고스란히 지켜본 북한 당국자들에게는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할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당연히, 북한의 핵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듯 이란핵은 미국이 전쟁을 시작한 주요 원인이었고, 종전 협상에도 까다로운 걸림돌이며, 종전 이후에도 세계 핵질서와 중동의 핵지형 그리고 한반도 핵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 '이란판 CVID'는 없다

이란 전쟁이 종전된다면, 핵문제는 이란이 NPT를 준수하는 조건으로 '평화적 농축·재처리'를 인정받거나 일정 기간 포기하는 선에서 그리고 남은 60% 농축우라늄은 희석하거나 사용을 금지하는 정도의 '어중간한' 합의에 그칠 개연성이 높다. 그것이 양측 모두가 '승리한 협상'을 주장할 수 있는 중간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정 독재체제가 건재하는 한 '이란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없을 전망이다. 강경파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선제공격을 피해 간 북한을 대비하면서, 진작에 핵보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이스라엘의 예방적 선제공격(preventive strike)에 유린당했다며 자책할 것이다. 이런 이란이라면 '구밀복검(口蜜腹劍)'을 생각할 것이다. 즉, 겉으로는 성실하게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지만, 속으로는 결단만 하면 언제든 NPT를 탈퇴하고 신속하게 핵무장을 할 수 있는 '핵문턱(nuclear threshold)'에 머무는 이중전략을 추구할 것이다.

이란 사태는 북한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을 것이다. 최고 지도자의 유고에 대비하여 다층의 계승체계를 예비했던 이란과 달리 백두혈통이 아니면 '곁가지'로 취급받는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유고는 혼란과 체제 위협을 몰고 올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참수' 능력에 화들짝 놀랐을 것이며, 지도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GBU-57과 같은 지하관통탄의 위력을 재평가하면서 각종 지하 군사시설의 안정성도 재점검하고자 할 것이다. 현재로서 지하 핵시설이나 미사일 저장고 등에 건설된 100m 깊이의 터널들이 어느 정도의 피해를 보았는지 확인할 길은 없으나, 이란과 헤즈볼라의 지하시설 건설에 북한의 기술이 제공되었다는 설이 사실이고 이란의 지하시설들이 큰 피해를 본 것도 사실이라면, 북한은 다급하게 자체 지하시설들의 안전성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 사태가 북핵 증강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이란 전쟁은 탄약, 포탄, 미사일, 레이더 등이 대량으로 소모되면서 무기의 재고가 전쟁의 향방을 결정한다는 교훈을 주었으며, 동시에 응징보복력이 강력할수록 그리고 중·러와의 핵공조가 탄탄할수록 미국의 선제공격을 예방하고 정권과 체제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다시 한번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의 뇌리에 심어주었을 것이다. 이런 '교훈들'은 북한이 핵무력의 질적·양적 고도화를 가속하고 북·중·러 핵공조를 강화하도록 부추길 것이다.

◇ 다시 우리의 핵안보를 생각한다

이렇듯 이란핵이 북핵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 안보와 관련한 함의는 동맹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중요성을 재확인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2025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의 농축·재처리를 지지하고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은 이재명 정부가 거둔 핵외교의 큰 성과로서, 이 역시 차질없이 추진되어야 함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은 핵잠재력을 핵무장으로 오인당하지 않도록 선을 그어야 하며, 동시에 적대국의 농축·재처리와 달리 동맹국의 잠재력은 미국이 추구하는 역내 및 한반도의 전략 균형에 기여하는 전략자산이라는 점을 인지시켜야 한다. 요컨대, 한국은 이란 사태 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국익의 향배를 중시하는 자세를 함께 가져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사태에서도 이란과의 적대감을 쌓지 않기 위해서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동맹국을 도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그보다 우선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 위기 시 한국을 도와 싸워줄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기에, 이란과의 경제교류는 대단히 소중하지만 안보 국익보다 앞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핵안보를 대입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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