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뒤에 가려진 양극화
교부세 없고 보조율도 낮은 서울
재정구조, '취약성' 기준으로 정교하게 재편해야
|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서울 인구는 2015년 1002만2000명으로 '천만 도시' 시대를 마감한 뒤 2016년부터 줄곧 내리막이다. 2025년에는 929만9548명까지 떨어졌다. 10년 새 70만명 이상이 서울을 떠났다. 이 인구는 경기도와 인천으로 흘러갔다. 경기도 인구는 2020년 1342만7000명에서 2024년 1374만5673명으로, 인천은 같은 기간 294만3000명에서 305만5983명으로 늘었다. 서울에서 밀려난 인구가 수도권 외곽으로 확산된 셈이다. 일극집중의 공간적 범위가 서울시 경계를 넘어 수도권 전체로 넓어졌다.
그럼에도 재정 제도는 여전히 '서울=풍요'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KOSIS 기준 2025년 서울시 재정자립도는 73.6%다. 경기도 55.7%와 비교하면 확실히 높다. 중앙정부가 서울에 교부세를 주지 않고 보조율을 낮추는 논거가 여기서 나온다. "서울은 스스로 감당할 능력이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73.6%는 서울시 전체의 평균값이다.
하지만 '서울시 소득보장 사각지대 해소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울은 비서울 지역보다 시장소득 수준은 높지만 가처분소득 중위값은 큰 차이가 없다. 겉으로는 잘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비슷하다는 뜻이다.
더 주목할 대목은 소득양극화다. 서울의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배율은 비서울 지역보다 오히려 더 높다. 재정자립도 73.6% 뒤에는 강남·서초와 노원·강북·은평이 공존하는 극심한 불균형이 가려져 있는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것은 자체 세수 비중이 크다는 뜻이지, 시민 개개인의 삶이 풍요롭다는 뜻이 아니다. 고물가에 직격탄을 맞는 저소득층, 전세사기 피해자, 한부모 가정, 발달장애인 가구가 서울에도 촘촘히 존재한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교부세 불교부와 차등 보조율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재정 조정 수단이다. 서울에 재정을 덜 주는 대신 지방에 더 주는 구조로, 이 논리 자체를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 제도가 설계되던 시대와 지금의 현실이 달라졌고, 수도권이라는 더 큰 틀에서 집중은 여전히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억제'를 목표로 설계된 재정 구조가 지금도 유효한 처방인지 다시 물어야 하는 이유다. 서울 인구는 줄었지만 수도권 인구는 늘었다. 제도는 그대로인데 현실만 바뀐 셈이다. 재정학적으로 보면 이는 '수직적 재정 불균형(vertical fiscal imbalance)'의 전형적 사례다. 중앙정부가 세원을 집중 관리하면서도 위기 대응 비용은 지방에 전가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 딜레마에는 쉬운 답이 없다. 서울에 재정을 더 주면 균형발전 논리가 흔들리고, 현행 구조를 유지하면 서울 취약계층의 실질적 피해는 계속된다. 중앙정부도 이 구조적 모순을 알면서 손대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지방재정 조정 제도를 바꾸는 순간 지역 간 정치적 갈등이 폭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는 제도를 재설계할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의 재정 구조는 '어디에 사는가'를 기준으로 지원 규모를 결정한다. 그보다는 '얼마나 취약한가'를 기준으로 재편하는 방향이 더 현실적이다.
서울이라는 주소지가 아니라 서울 안의 저소득층·취약계층이라는 조건을 중심에 놓는 정밀한 재정 설계가 필요하다. 수도권 집중 억제라는 목표와 취약계층 보호라는 목표가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는 것, 그것이 지금 중앙정부가 고민해야 할 진짜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