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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中 공급·탄소규제 ‘삼중고’… 생존 기로 직면한 정유·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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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승인 : 2026. 05. 06. 18:05

[제 3회 K-산업비전포럼]
1분기 호실적은 재고평가 착시 효과
나프타 수급 비상, 석화 스프레드 악화
실적 변동성에 친환경 전환 투자 위축
중동사태 장기화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 한국 수출의 핵심이자 제조업의 '쌀'을 담당하는 정유·석유화학 산업은 국가 경제 안보와 직결되지만, 현재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의 공급 과잉, 글로벌 친환경 전환 압박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하고 아시아투데이가 주관하는 제3회 K-산업비전포럼에서는 위기에 처한 정유·화학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단순한 개별 산업의 위기를 넘어 '국가 경제 안보' 차원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구조적 전환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정유·석유화학 산업이 짙은 안갯속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유가 변동성과 중국발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 악재가 동시에 덮쳤다. 여기에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글로벌 탄소중립 요구까지 겹치며 3중고에 직면했다. 겉으로 드러난 일시적 호황 이면에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펀더멘털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서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에너지정보청(EIA)는 2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전망을 53.42달러에서 87.41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4월 WTI 가격 전망을 43.34달러에서 72.43달러로 올렸다. 실제 현재 WTI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이에 정유업과 석유화학업계 모두 1분기 깜짝 실적이 예상된다. 특히 3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배럴당 16.5달러로 오르는 등 정유 4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정유사들은 웃지 못한다. 호실적의 배경이 유가 상승기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재고평가 이익인 탓이다. 과거 저가에 확보한 원유에 현재 고가가 적용된 것인데, 이는 실질적 수익이 아닌 회계 장부상 이익이다. 현재 유가가 반영된 비싼 가격에 판다고 해도 이 효과는 1분기에 한정된다. 기존 물량이 소진된 이후부터는 고가로 형성된 원유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 상황이 마무리돼 유가가 급락하게 될 경우 반대로 재고 평가 손실을 걱정해야 한다. 최근 OPEC+의 자발적 감산 조치 완화 가능성과 함께, 생산 쿼터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아랍에미리트(UAE) 또한 적극적으로 원유를 공급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변수도 산재해 있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고유가에 따른 석화제품 가격 상승 효과가 기대되지만 역시나 일시적이다. 특히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로 나프타 확보가 힘들어지면 석화제품 생산의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작년 호르무즈를 통해 수입한 나프타 물량 비중은 전체의 52%에 달하는데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관련 물량이 아예 사라지게 된다.

유가상승으로 에틸렌 스프레드는 손익분기점인 톤당 300달러를 넘어섰으나, 나프타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국제가격에 톤당 100달러 내지 200달러의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을 반영하면 실제 스프레드는 100달러대로 쪼그라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미래 생존을 위한 짐을 더욱 무겁게 한다. 글로벌 환경 규제에 부합하려면 지속가능항공유(SAF) 도입,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등 신사업을 추진해야 하고 이를 위한 연구개발(R&D)과 노후 설비 전환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정유와 석유화학 모두 실적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대규모 투자금 마련은 쉽지 않다.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사채 발행 등 대규모 자금조달은 이자비용 발생 등으로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 맞물린 구조적 위기인 만큼,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며 "이번에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된 만큼, 정부의 R&D 관련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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