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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아냐?”…미스 유니버스 필리핀 대표에 “이방인”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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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5. 10. 13:36

美 위스콘신서 자란 비아 밀란-윈도르스키, 필리핀 대표로 11월 본선行
SNS선 "본토 필리피나가 졌다" vs "디아스포라도 필리피노"
출생부터 이중국적 보유… 본인은 "필리핀이 나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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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미스유니버스 필리핀에서 우승을 차지한 비아 밀란 윈도르스키/미스유니버스필리핀
새 미스유니버스 필리핀으로 뽑힌 우승자가 미국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냈다며 진짜 '필리피노(필리핀인)'에 대한 정체성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논쟁의 주인공은 최근 미스유니버스 필리핀 선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비아 밀란-윈도르스키(23)다. 그는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에서 역사 및 국제 관계학을 전공했다.

결선에 진출한 그는 "자국민조차 불만이 끊이지 않는 필리핀을 세계 무대에서 대표할 가치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민자가 거의 없는 미국 한복판에서 자라며 나는 무엇보다 필리피나로 인식돼왔다"며 "사람들이 가족과 떨어져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되도록 국내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오는 11월에는 미스유니버스 글로벌 본선에 필리핀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인생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고, 이전에 미스 어스 대회에는 미국 국적으로 출전한 적이 있다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한 누리꾼은 "본토에서 나고 자란 필리피나들이 졌다. 외국인이 미스유니버스 필리핀에서 우승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댓글은 "혼혈 우승자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적어도 필리핀에서 일정 기간 살아 문화를 알고 필리핀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그는 한 연예 토크쇼에서 출생 시부터 필리핀 이중국적을 보유해왔다고 밝혔다.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내가 필리핀을 내 집으로 선택하려고 그토록 노력해왔는데, 이번 우승으로 필리핀이 마침내 나를 선택해준 것 같다"고 반박했다.

비아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25년 미스 필리핀 어스인 조이 바르코마는 "필리핀에서 태어나고 자랐어도 자국을 변호하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그가 훨씬 더 필리피노답다"고 했다.

한 누리꾼은 "수세기 동안 여러 나라의 식민지·영향을 받아온 필리핀의 정체성은 본래 다양할 수밖에 없다"며 "오늘날 필리피노는 혈통의 순수성이 아니라 문화·역사·소속감의 문제"라고 적었다.

이 같은 찬반 양론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제임스 자르사디아즈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역사학과 교수는 SCMP에 "미국과 필리핀의 오랜 동맹 관계 덕분에 필리핀계라면 미국에서 자랐어도 자동으로 '자격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문화적 영역주의와 '진정성' 단속은 민족주의와 결부돼 있어 형식적 경계가 누가 안에 있고 누가 밖에 있는지를 가르기 쉽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진 나베라 싱가포르국립대(NUS) 교수는 호주에서 자란 카트리오나 그레이가 2018년 우승했을 때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며 "본국에 머물러 살고 일해야만 필리피노라는 생각은 토착주의적이고 근시안적"이라고 했다.

그는 비아가 필리핀에서 부패 반대 시위에 참여했고 환경·이주노동자 단체와도 활동해왔다는 점을 환기했다. 역대 우승자 중에는 2024년 첫 아프리카계 우승자인 첼시 마날로를 비롯해 카트리오나 그레이·피아 부르츠바흐 등 혼혈이 적지 않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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