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내외 작품들의 '재탕'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확고한 주제 의식과 정교한 내러티브 구축 능력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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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업계에 따르면 영화 '살목지'는 역대 한국 공포 영화 흥행 2위에 오르며 3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리고'는 공개 2주 만에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1위에 올랐다. 앱·입시·SNS 문화 등 젠지 세대의 현실 감각을 녹여낸 작품들이 잇따라 주목받으며 K-호러의 외연 자체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교생실습' 역시 공포와 코미디를 결합한 색다른 설정으로 젊은 관객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K-호러의 가장 큰 특징은 공포를 비현실적 세계가 아닌 젠지 세대가 실제로 체감하는 현실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살목지'는 MBC '심야괴담회'를 통해 젊은 층 사이에서 심령 스폿으로 알려진 충남 예산의 실제 저수지를 배경으로 삼았고, '기리고'는 '소원을 들어주는 앱'이라는 디지털 환경을 공포 장치로 활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공포의 배경이 더 이상 비현실적인 세계에 머물지 않고 관객이 실제로 접하는 공간과 플랫폼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호러가 폐가나 귀신 같은 낯선 존재를 중심으로 했다면 지금의 K-호러는 SNS, 앱, 알고리즘, 인증 문화처럼 젊은 세대가 매일 사용하는 디지털 환경 자체를 공포의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살목지'의 심령 스폿이나 '기리고'의 저주 앱은 '나도 한 번쯤 접해봤을 법한 이야기'라는 현실감을 만들어내는데, 이 지점이 관객의 몰입도를 크게 끌어올린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젠지 세대가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과 정보, 불안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박 평론가는 "단순히 귀신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클릭 한 번이나 호기심 어린 참여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공포로 작동했다"며 "최근 K-호러는 초자연적 존재보다 현실에 가까운 공포를 통해 동시대 청춘들의 심리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이황석 교수는 공포 장르 자체가 오래전부터 청소년과 청년 세대를 겨냥해 발전해온 장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80년대 유행했던 '13일의 금요일'이나 '나이트메어' 시리즈 역시 캠프와 파티 등 당시 젊은 세대의 시공간을 영화 안에서 재현했다"며 "'살목지' 역시 청소년과 청춘 세대에 어필하는 시공간의 경험과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익숙한 공간'이 공포로 전환되는 지점에 주목했다. 청년 관객은 그들이 일상적으로 보아온 온라인 로드뷰 또는 모션 캡처와 같은 익숙한 이미지를 영화 속에서 다시 경험하게 되고, '익숙한 곳'에서 벌어지는 귀신이 출몰하는 '낯선 광경'은 프로이트식으로 말하자면 '언캐니'(uncanny, das Unheimliche)로 소환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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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살목지'는 청소년과 청년 세대에게 온·오프라인의 경험을 매개하며 체험의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며 "'살목지' 체험과 같은 트렌드는 온라인에서 영화로 매개된 오프라인 경험으로 이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억압된 것은 회귀하기 마련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돼야 할 해방의 시공간이 필요하다"며 젠지 세대가 공포 콘텐츠를 통해 감각과 감정을 해소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장르 문법을 뒤섞은 연출 방식과 신인 배우 중심의 캐스팅도 젠지 감수성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교생실습'은 공포와 코미디를 결합했고, '기리고' 역시 학원물과 오컬트를 뒤섞으며 젊은 세대 특유의 혼합 감수성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교수는 "'살목지'는 95년생 신예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새로운 배우들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며 "특정 감독과 배우에게 편중돼 왔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났다는 점 역시 호평할 만하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의 K-호러 흐름이 과거 국내외 작품들의 '재탕'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기리고'의 경우, 남녀 청소년들의 우정·질투·왕따·괴롭힘 등을 초자연적 사건의 발생 원인으로 삼는 설정이 '여고괴담' '분신사바' 등 국내 공포물의 대선배 격인 예전 작품들과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또 '살목지'는 '곤지암'과 '늘봄가든'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를 마케팅 포인트로 앞세웠다는 점에서 소재적인 측면으로는 그리 새로울 게 없다는 평가다.
이밖에 두 작품 모두 등장인물들에게 각각 서사를 부여하지 않고 공포 유발에만 집중하는 방식이 '주온' '착신아리' 등 1990년대 후반 전 세계를 휩쓸었던 J-호러와 유사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영화 제작자는 "젊은 관객들과 시청자들이 무서워하고 놀라는 정도로만 보면 '살목지'와 '기리고'는 비교적 잘 만든 작품"이라면서도 "'장화, 홍련' '곡성' '파묘'만큼 공포 이상의 뭔가를 안겨주기 위해서는 감독들이 테크닉 이상으로 확고한 주제 의식과 정교한 내러티브 구축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