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 98곳·무변 52곳·공통 48곳
'공통' 지역 대부분 인구 감소 진행
기본 인프라 부재 속 터전 떠나는 사람들
지선 다가오지만 관련 논의는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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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아시아투데이가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군구 지역 가운데 변호사가 1명도 존재하지 않는 지역은 52곳으로 나타났다. 전남이 10곳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과 경북의 무변 지역이 각각 8곳으로 집계됐다. 무변 지역에서는 기본적인 법적 권리 행사조차 어렵다. 민사 분쟁이나 형사 사건, 행정 소송 등에서 적절한 조력을 받지 못하면 주민은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단순한 불편을 넘어 주민들이 정당한 법적 서비스를 누릴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의미다.
의료 역시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응급의료 취약지는 국내 98곳에 이른다. 응급의료 취약지는 권역 응급의료센터로는 1시간, 지역 응급의료센터로는 30분 안에 이동하지 못하는 인구가 30% 이상인 지역이다. 감기 진료나 처방전 발행 같은 1차 의료는 가능하나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 외상처럼 생명과 직결된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문 처치가 불가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무의 지역'으로 구분된다. 응급 상황에서 생명을 지킬 수 없다는 공포는 젊은 층뿐만 아니라 고령층에게도 이주를 고민하게 만드는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온다. 거점 권역 응급의료센터 등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방안이 운영되고 있으나 '의료 인력'을 지역에 머물게 할 유인책은 부족하다.
청년층이 빠져나가고 고령 인구만 남은 지역의 경우 의료 수요는 늘지만 이를 지탱할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경제성과 근무 환경, 교육·문화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의사들이 지방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 '살기 위해선 도시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며 주민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무변·무의가 모두 해당하는 '공통 지역'은 48곳으로 집계됐다. 법률과 의료의 공백은 지역 소멸과 직결된다. 인프라가 부족해 정주 여건이 악화되고, 기업과 청년이 떠나며 인구는 더욱 줄어드는 '소멸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공통 지역 48곳 가운데 44곳이 10년 전과 비교해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1만명 이상 인구가 줄어든 지역은 4곳이었다. 충남 부여군이 2016년 7만187명에서 지난달 기준 5만7907명으로 1만2280명(17.5%)이 감소해 가장 큰 감소치를 기록했다. 경남 함안군(1만1816명·17.1% 감소)과 전북 고창군(1만427명·17.2% 감소), 강원 태백시(1만220명·21.7% 감소)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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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역 인구 감소에는 사회적 원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4년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한 건강관리서비스 개선 방안' 논문에서 "지방 소멸 위기의 이면에는 필수의료를 비롯한 의료 공백과 의료 인프라 부실 문제가 원인이자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에서의 의료 미충족과 부실한 건강 관리 서비스는 인구 유출을 촉진해 지역 소멸 위험을 높이고 인구감소가 지역 의료의 수요 감소와 민간의료기관의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 소멸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선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료와 법률을 '시장 논리'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공공의료 확충, 지역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 그리고 공공 법률 서비스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정 기간 지방 근무를 유도하거나 의무화하는 정책도 검토 대상이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의사와 법률가의 지역 복무를 제도화해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일본의 경우 의사와 변호사를 지역사회의 '핵심 인프라'로 분류하고 있다. 지방 출신 학생을 의대에서 별도 선발하거나 학비와 장학금을 지원해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6~9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한다.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의료 낙후 지역 등의 의료 보장 강화와 지역 주민 복지 증진을 위해 신입생 100여명을 지역 할당제로 선발하는 '자치의과대학'도 운영 중이다. 지역 변호사 부재는 '사법 접근권의 붕괴'로 정의됐다. 이에 따라 '공공 지원 지방 로펌'을 지원하거나 초년 변호사에게 사무실과 운영비 등을 제공하는 방안이 시도됐다.
호주 역시 '지역 의사 확보 프로그램(Rural bonded medical program·RBMP)'을 운영해 지방 근무를 조건으로 의학교육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의사 확보가 어려운 농촌과 사막, 원주민 지역에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제도다. 법률 서비스의 경우 일부 대학과 주정부를 중심으로 지방 출신 법대생을 장학 지원해 지역 파견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학 입시에서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의대에 합격해 의사 면허를 따면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법'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시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더구나 선발 인원이 현장에 배치되기까지 최소 10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 시급한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는 데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원격 의료·법률 서비스 등이 무의·무변 문제에 대응할 보완적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방 소멸은 단순히 지방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유혜정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인구연구센터장은 "일자리, 주거 여건을 보장이 중요하지만 의료와 법 인프라 역시 지방 소멸의 원인이다. 지역에 인구가 있어야 의료와 법률 시스템이 유지되고, 또 시스템이 있어야 인구가 유입된다는 점에서 기본 인프라와 인구는 맞물려 있다"며 "시장의 논리에 맡길 게 아니라 공공 인프라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지선에서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역이 얼마나 이에 대한 공약을 제시하고,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는가는 유권자들이 유심히 바라봐야 할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