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여의대로] 삼전 노조의 ‘분배’ 잔치 투쟁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511010002547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5. 11. 17:49

김이석고문
김이석 논설고문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AI 인프라 확장에 힘입어 2026년 올해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30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이 거대한 수익을 '어떻게 뜯어낼 것인가'를 두고 유례없는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 이상을 성과급으로 고정해달라 파업을 위협하고, 노조 간에도 서로 몫을 더 차지하려고 노노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협력사와 농어민 단체는 상생과 희생에 대한 보상을 주장하며, 정부와 정치권은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준조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러한 풍경은 겉으로는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어쩔 수 없는 과정'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학과 글로벌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갉아먹는 치명적인 독소를 안고 있고 특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시장 원칙보다 정치적·사회적 외풍이 기업 경영을 더 좌우한다는 불신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 갈등을 풀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잔여청구권(Residual Claim)' 대원칙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주주는 수익이 날 경우 기업의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남은 이익을 가져가는 반면, 손실이 날 때는 가장 먼저 모든 불확실성을 짊어지는 주체다. 반면 노동자는 고정된 임금과 성과급을 계약에 따라 우선 보장받는 '확정 청구권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으로 엄청난 손실을 봤을 때 삼성전자 근로자들에게 계약한 임금을 깎아서 주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불확실성을 짊어지지 않는 주체들이 이윤이 났을 때만 지분권자처럼 행동하며 이윤의 일부를 요구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보상 체계의 근간을 뒤흔든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를 지켜보면서 "한국 기업에는 사유재산권이 없다"고 보고 자본을 회수한다.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다.

둘째로, 정부는 '국민기업'이라는 감성적 서사를 경계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국민의 성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사적 자본의 결사체인 기업 수익을 공공재처럼 취급할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농어민이나 특정 단체의 희생에 대한 보상은 조세를 통한 복지 정책으로 해결할 국가의 영역이지, 개별 기업의 호주머니를 털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기업 수익을 정치적 압박으로 재분배하는 '준조세' 관행이 계속되는 한, 한국 시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멀어진 '정치적 리스크 시장'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의 페로니즘이나 영국의 '영국병' 사례에서 보듯, 시장의 원칙을 무시한 분배 요구가 혁신의 동력이라는 불길을 꺼버린 역사적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로, 정부는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심각한 노사 갈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중재에 나서되, 현금 분배를 부추기지 말고 '주식 기반 보상 체계'로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재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현금으로 달라고 아우성치는 이유는 노동자들이 기업의 '미래 가치'가 아닌 '현재의 현금 흐름'에만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보상의 상당 부분이 몇 년 뒤에 지급되는 자사주로 이루어진다면, 노동자는 주가를 높이기 위해 주주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된다. 노동자가 주주가 되는 '운명 공동체' 모델은 소모적인 현금 배분 전쟁을 종식하고 기업의 장기 투자를 가능케 하는 합리적 대안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에서는 노조도 수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정부는 이러한 보상 체계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폭적인 세제 혜택을 주어 시장 친화적인 상생 모델을 안착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경영의 투명성 공시를 강화하되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해야 한다. 성과급 산정 기준이 모호하여 생기는 불신은 공시 의무 강화를 통해 해결하고, 그 기준에 따라 집행된 수익에 대해서는 누구도 감히 간섭할 수 없는 '성역'으로 확실하게 보호해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단순히 주가가 낮아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시장 원리가 작동해야 할 자리에 정치와 감정이 들어앉아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기대난망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 노조가 거위의 배를 갈라 당장의 허기를 채우는 대신, 긴 안목으로 이 문제를 다루길 간절히 바란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번 삼성전자 수익 갈등에서 '원칙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맡아야 한다. 만약 이를 포기하고 계약을 넘어선 '정치적' 분배를 방치하거나 강요한다면, 한국 경제는 글로벌 자본의 탈출과 혁신의 실종이라는 거대한 파국을 맞게 될 것이다. 거위가 마음껏 알을 낳을 수 있는 '안전한 둥지'를 만드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김이석 논설고문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