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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봇물 터진 ‘N% 성과급’… 경제 악영향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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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15. 00:01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이송이 부위원장을 비롯한 노측 대표자들이 11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제1조정회의실에서 열리는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 노조가 촉발한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가 산업계 전체로 확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배분을 놓고 맞서온 삼성전자 노사는 정부가 중재한 사후조정에서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파업 초읽기에 몰려 있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12일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한 올해 임단협 안건을 확정했다.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회사 실적이 크게 개선된 가운데, 노조가 처음으로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IT 업계에선 카카오 노조가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자동차 업계와 바이오·통신 업계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영업익 일정 부분의 성과급 지급이 산업계 전반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노조의 요구는 성과급을 사실상 고정비처럼 취급해 달라는 의미다. 경기에 따른 실적 변동이 커 투자와 비용 구조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의 생존 철칙에 명백한 역주행이다. 천문학적인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반도체 기업에 고정비 부담은 경영진이 가장 피하고자 하는 리스크다. 지금이야 괜찮지만 적자 전환 또는 경기 하강기에는 언제든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 가운데 이런 방식의 성과급 지급을 명문화한 곳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회계상으로도 영업이익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건 문제가 있다. 영업이익에는 이자비용이나 법인세 등 영업외비용이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자비용이나 법인세를 내기 전부터 성과급을 만들어 둬야 하는 것이다. 영업이익은 흑자지만 예상치 못한 비용으로 순손실이 발생해도 성과급을 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경우 법인세만 80조원이 넘을 가능성이 있다.

주주 우선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주주 배당은 순이익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모든 비용을 제하고 회사가 실제로 남긴 이익을 주주가 나눠 갖는 것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을 성과급 기준으로 삼는다면 직원이 주주보다 먼저 성과를 가져가게 된다. 종업원들이 회사의 주인인 주주에 앞서 배당금을 챙겨가는 셈이다. 성과급 요구가 대기업 노조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도 문제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에 따라 원청을 교섭 테이블로 불러내게 된 협력사·하청업체들도 'N% 성과급'을 요구할 태세다.

결론적으로 N% 성과급 요구는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기업 체제를 성공시켜 온 빠른 경영 판단과 과감한 실행력을 훼손할 것이다. 정부는 이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훼손할 사안으로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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