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아래 웅크린 푸른 호랑이가 화면을 가득 압도한다. 코발트빛 몸체 위로 검푸른 줄무늬가 힘차게 흐르고, 비단 바탕 위에 한 올 한 올 정성으로 새겨진 털은 살아 숨쉬듯 생동하여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한다. 형형한 황금빛 두 눈은 어둠 속 잡귀를 꿰뚫으며, 그 날카로운 시선 앞에 온갖 액운이 절로 물러설 듯하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벽사의 영물로 신성하게 여기는 수호신이다. 오방색 중 동방을 상징하는 푸른빛은 새봄의 기운과 새로운 시작을 품어, 이 청호(靑虎)는 단순한 맹수를 넘어 만백성의 안녕을 지키는 영험한 존재로 우뚝 선다.
계명대학교 미대 특임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동대학 한국민화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인 민화 원로 작가 권정순은 후학을 양성하며 섬세한 필치와 깊은 학문적 혜안으로 전통 민화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렸다. 올 10월 워싱턴 D.C. 스미소니언박물관 무대에 오를 이 작품은 한국 민화의 기개를 세계에 드높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