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청년이 살고 싶은 마을] 시장 상인·선장·중매인이 ‘교수님’…통영 바다에서 창업 배우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519010005324

글자크기

닫기

통영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5. 19. 17:40

통영 청년마을 섬바다음식학교
새벽 부두 경매부터 갯바위 채취까지…수산물 유통·음식문화 체득
레시피 대신 문화 전수…2박3일 넘어 3주 살이로 메뉴·시제품 개발
수정됨_해초학과 해초투어
섬바다음식학교 참가자들이 해초학과 수업에서 지역 주민에게 해초 종류와 손질법을 배우고 있다. /섬바다음식학교
새벽 어선들이 위판장에 수산물을 대면 청년들은 중매인을 따라 경매 현장을 지켜본다. 섬 갯바위에서는 주민과 함께 해초를 캐고, 전통시장에서는 제철 식재료를 골라 각자 아이디어를 담은 음식을 만든다. 경남 통영 청년마을 '섬바다음식학교'에서는 시장 상인과 선장, 중매인이 청년들의 '교수님'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된 섬바다음식학교는 지역 수산물을 활용해 창업하려는 청년을 키우는 현장형 청년마을이다. 정여울 대표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통영 출신 남편을 만나며 지역과 인연을 맺었고, 창업 아이템을 찾던 중 통영 수산물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후 수산물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섬바다음식학교를 기획했다.

정 대표는 "저도 통영에서 창업할 때 직접적인 도움을 받지 못해 하나하나 부딪히며 배웠다"며 "수산물에 관심을 가진 청년들이 많은데 방법을 모르는구나 싶었다.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정됨_해초학과 갯바위체험
섬바다음식학교 참가자들이 해초학과 갯바위 체험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섬바다음식학교
섬바다음식학교는 정해진 조리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청년들은 통영 사람들이 왜 이런 음식을 먹어왔는지, 식재료가 어느 계절에 나고 어떤 경로로 유통되는지를 함께 배운다. 정 대표는 "음식은 레시피가 아니라 문화"라며 "식재료가 가진 문화와 배경을 알고 거기에 자기 창의성을 더해야 진짜 자기 것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년 차에는 2박3일 단기 프로그램을 5차례 운영했다. 한 기수당 10명 안팎의 청년이 참여했고, 멸치학과, 굴학과, 해초학과, 반건조 생선학과, 멍게학과처럼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과정을 구성했다. 참가자는 단순 체험객보다 이미 업장을 운영하거나 창업을 준비 중인 셰프, 이자카야·음식점 운영자 등이 많다.

수업은 통영 곳곳에서 이뤄진다. 해초학과에서는 오도에 들어가 30년 넘게 해초 비빔밥을 만들어 온 주민과 갯바위에서 해초를 캤다. 다찌 수업에서는 40년 이상 다찌집을 운영한 사장에게 문어를 부드럽게 삶는 법과 제철 수산물로 탕 국물을 내는 법을 들었다. 새벽 위판장에서는 중매인과 함께 생선 경매와 유통 구조를 배웠다.
수정됨_반건조생선학과 실습
섬바다음식학교 참가자들이 반건조 생선학과 수업에서 생선 손질법을 배우고 있다. /섬바다음식학교
정 대표는 "전문 강사가 아니라 실제 그 일을 하는 분들이 가르친다"며 "시장 상인은 좋은 수산물 고르는 법을 알려주고, 중매인은 위판장에서 생선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보여준다. 수산물로 사업을 하고 싶은 청년에게는 그 만남 자체가 중요한 연결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단기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3주 살이로 확대했다. 2박3일 과정이 통영과 식재료를 알아가는 탐색 단계였다면, 3주 과정은 실제 메뉴와 시제품을 만들어보는 단계다.
수정됨_멸치학과 앤초비 쿠킹클래스
섬바다음식학교 참가자들이 멸치학과 앤초비 쿠킹클래스에서 멸치를 손질하고 있다. /섬바다음식학교
교육은 프로그램 안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창업과 거래로도 이어지고 있다. 인천 영종도에서 생선구이집 창업을 준비하던 참여자는 반건조 생선학과를 통해 메뉴 방향을 바꾸고, 수업에서 만난 통영 생산자를 통해 원물을 거래하고 있다. 정 대표는 "수업이 끝났다고 관계가 끊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연구개발을 하거나 메뉴를 만들 때 통영 식재료를 계속 찾는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서두르기보다 통영과의 관계가 이어지는 데 의미를 둔다. 정 대표는 "당장 통영에 내려오지 못하더라도 자기 업장에서 통영 수산물을 쓰고, 통영을 계속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관계가 이어지다 보면 언젠가는 저처럼 통영에 내려오는 청년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