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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농협 개혁방안은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 범농협 외부 감사법인 '농협감사위원회(가칭)' 설치, 농림축산식품부의 감사 범위 확대 등이 핵심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정부 합동 특별감사에서 드러난 농협의 방만경영 행위를 근절하고, 농업인(조합원) 주권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강호동 회장의 입장 발표 연기는 농협과 비대위 간 입장차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핵심 쟁점은 정부의 개혁안을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 것인지입니다. 비대위는 차기 중앙회장을 조합원 187만명(중복가입 제외)이 직접 선출하도록 개편하는 것에 대해 '정치 선거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별도 감사법인 설치로 인한 독립성 및 자율성 침해, 농식품부의 감사 범위 확대에 따른 '관치 농협' 부활 가능성 등 문제의식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농협은 내부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정부 개혁안을 수용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부와 정면 충돌을 피하면서 내부 조합장 반발도 의식하는 모습이 반복될 경우 입장은 모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농협 측 공식입장이 차일피일 미뤄지면 개혁의지에 대한 물음표도 커지게 됩니다.
정부는 '속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농협 개혁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초 농식품부는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까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을 비롯한 개혁 추진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농업계와 야당 반발로 계획을 수정하게 됐습니다.
농협은 협동조합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지만 공적기능과 사회적 책임이 큰 조직입니다. 농업인의 기본적인 영농활동 지원부터 교육, 돌봄, 복지 등 생활서비스까지 전방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먹거리 수급안정 정책도 농협 협조 없이는 원활한 추진이 어렵습니다. 폐쇄적 운영 구조와 도덕적 해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농협 개혁은 국민 신뢰 회복과 맞닿아 있습니다. 정부 특별감사 이후 농협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불신이 상대적으로 짙어진 모양새입니다. 개혁을 둘러싼 논의가 정부와 농협 간 줄다리기로 흘러갈 경우 국민들은 '밥그릇 지키기'로 인식하고 외면할 공산이 큽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강 회장이 어떤 선택과 메시지를 내놓느냐입니다. '좌고우면(左顧右眄)'이 아닌 적극적인 쇄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특히 '금권선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되는 현행 중앙회장 조합장 직선제를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겠다는 식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 농업인을 위하는 농협,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들겠다는 구호가 공염불로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