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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에는 일론 머스크, 팀 쿡, 젠슨 황 등 미국의 대표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했다. 이는 이번 회담이 대만 문제 같은 외교 현안을 넘어 무역불균형, 공급망, 기술을 둘러싼 경제 협상의 성격이 강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고 미국산 농산물 수입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해 부산 합의 이후 이어져 온 관세 휴전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를 지속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무역 갈등의 추가 확산을 억제하고 글로벌 불확실성을 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미·중 갈등과 세계경제의 분열이라는 큰 흐름 자체를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제조업 부흥, 대중국 견제,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를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통합하고 있다. 경제와 안보, 산업과 통상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경제안보 전략이다.
핵심 수단은 보호무역과 관세정책이다. 트럼프 정부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해 보편관세와 상호관세를 추진했고, 법원 제동 이후에도 무역법 301조와 232조 등을 동원해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301조는 불공정 무역관행과 기술 이전 문제를 겨냥한 보복관세를 가능하게 하고, 232조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자동차·반도체 같은 전략 산업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트럼프 1기 때 중국에 집중됐던 압박은 이제 동맹국까지 포함한 전방위 통상 압박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공급망 재편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수입 비중은 2018년 21.6%에서 2025년 9% 수준까지 급락했다. 반면 베트남, 인도, 멕시코, 대만 등의 비중은 크게 상승했다. 스마트폰·노트북 생산은 인도·베트남으로, AI 서버와 반도체 공급망은 대만·멕시코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생산이 미국으로 복귀하기보다 제3국으로 분산되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관세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생산 효율성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세계경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블록화, 즉 '지경학적 분열(geo-economic fragmentation)'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미국 경제에도 상당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 부담은 외국 기업보다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더 크게 전가됐다. 관세로 미국의 수입가격이 상승했고, 사실상 미국 소비자가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자동차·건설장비·가전 산업 전반의 생산비용을 끌어올렸다. 기업들은 통관·법률·원산지 규정 대응 비용 증가로 타격을 받았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은 제조업 부흥과 무역적자 축소라는 목표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오히려 확대됐고 제조업 고용도 부진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관세가 수시로 바뀌고 법원 판결과 정치적 협상에 따라 적용 방식도 계속 달라지면서 기업들은 장기 투자와 생산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최근 중동 전쟁까지 겹치면서 세계경제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험과 유가 급등은 글로벌 공급망과 물가에 새로운 충격을 주고 있다. 관세 충격에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세계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도 미국의 압박에 맞서 기술 자립과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AI·배터리 산업 육성을 강화하는 한편, 희토류와 핵심 원자재 공급망의 영향력도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아세안·동유럽·중동·남미 등 우호적 국가들과 무역과 직접투자를 늘리며 경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을 줄이고 위안화 국제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양국 모두 상호의존을 줄이고 자국 중심의 경제안보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 차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불확실성의 상시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보호무역 확산과 지정학적 갈등이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은 공급망을 이중화하고 생산 거점을 분산하고 있다. 안전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세계경제의 효율성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우선주의 2.0과 미·중 패권 경쟁은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세계경제 질서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전환이다. 첨단기술·공급망·금융이 우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지경학적 분열도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지정학과 지경학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경제와 안보의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 기업과 정부 모두 국제질서 변화에 훨씬 더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대응 능력이다. 위기 속에서도 방향을 읽고 새로운 길을 찾는 나라만이 새로운 시대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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