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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김규영 HS효성 회장의 ‘미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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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규 기자

승인 : 2026. 05. 21. 17:49

최인규
최근 오너가 그룹에 전문경영인 출신이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총수 집안이 아닌 일반 직원이 그룹 전체를 관리하는 자리에 앉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재계에선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인사 조처였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만큼 파격적이었습니다. 그 혁신에 가까운 인사 대상은 바로 HS효성그룹의 김규영 회장입니다.

김 회장은 지난 1972년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에 입사했습니다. 이전에 효성과 특별히 관계가 있던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입사 이후 울산·언양·안양 등 주요 사업장의 공장장 등을 역임하면서 엔지니어로서 공을 인정받고 요직을 두루 맡았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그룹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가장 높은 직급에 오르게 됐습니다. 역량이 있다면 누구라도 높은 자리로 승진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죠. 조현상 부회장의 '인재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기도 했습니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취임한 뒤 마포 사옥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그룹이 김 회장 취임에 앞서 리모델링해 만든 곳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그룹이 효성그룹으로부터 인적 분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주요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의 신사업 추진 등으로 과제가 쌓여 있는 만큼, 안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기업 의사결정의 핵심 기구인 이사회엔 합류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기업의 주요 임원들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이사회에 사내이사로 참여합니다. 최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원으로서 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입니다.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의 총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사법리스크 여파로 지난 2019년 사내이사 임기 만료 이후 현재까지 미등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지만, 나머지 총수들은 이사회에서 책임 경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죠.

일각에서 김 회장을 이재용 회장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도 하지만, 이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총수 일가 임원의 미등기가 실질적 권한만 행사하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면,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의 미등기의 경우 실질적 권한은 없이 머물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평사원으로 시작해 50년 넘게 그룹에 헌신하며 성과를 인정받은 인물입니다. 오너가 출신이 아니더라도 실력만으로 최고위직에 오를 수 있다는 상징성을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다만 조 부회장이 내세운 인재 경영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회장직에 걸맞은 권한과 법적 책임(이사회 등기)을 온전히 부여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HS효성의 인사 혁신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명찰뿐인 회장이 아니라 이사회 안에서 책임을 지고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등기임원 김규영 회장'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최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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