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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178t 빠진 ‘합격’ 도장…GTX 삼성역, 與-국토부·철도공단 vs 野-서울시 대리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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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보 기자

승인 : 2026. 05. 21. 17:26

서울시 '월간보고서 갈음' vs 철도공단 '서류 방치' 논란
12번 합동회의 동안 함구…부실 보고도 '합격' 찍은 감리단
6·3 지선 앞두고 與-국토부·철도공단 vs 野-서울시 대리전
철근 누락 현장 살피는 작업자들<YONHAP NO-6033>
21일 서울 강남구 GTX-A 삼성역 공사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철근 누락 기둥을 살피고 있다. /연합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삼성역 구간의 대규모 철근 누락 사태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략적 대리전을 부른 모양새다.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와 상급 관리 기관인 국토교통부·국가철도공단은 해당 결함의 인지 보고 시점을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 진행된 국토교통부 현안질의는 6·3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가 책임 소재를 각기 다른 프레임으로 재단하는 모습이었다.

◇ "500쪽 숨은그림찾기냐"…12번 만나고도 언급 안한 서울시

사안의 1차적 쟁점은 서울시 보고 체계의 적절성 여부다. 서울시는 철도공단과의 위수탁 협약에 따라 지난 6개월간 51차례에 걸쳐 건설사업관리보고서를 송부해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문서는 매월 400~500쪽에 달하는 분량의 정기 진도 보고서였다. 아울러 주요 사항을 짚어야 할 '시공 실패 사례' 항목에는 '해당 사항 없음'으로 기재된 사실이 확인됐다. 기둥 철근 178톤이 누락된 결함이 실무진의 일일 업무 일지 구석에만 단편적으로 기재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서울시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토부와 철도공단과 12차례 현장 합동 점검 회의를 진행했음에도 해당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점은 주요 비판 지점이다. 지난 1월 29일 '지하 5층 균열 점검'을 목적으로 열린 대면 회의 석상에서도 중대 결함을 발언하지 않은 것을 들어, 보고서는 향후 책임 소지가 불거질 것을 대비해 서류상 알리바이만 남겨둔 '면피성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서울시 관할 부서는 사태 발생 이후 수개월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해당 사실을 정식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혀, 지휘 계통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 14일 넘기도록 서류 방치한 철도공단… 뚫려버린 국가 관리망

그러나 문서를 수령한 국토부와 철도공단의 대응 역시 비판 대상이다. 철도공단 측은 현안질의를 통해 정기 보고서의 분량이 워낙 방대해 실무진이 세부 업무 일지까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한다. 위수탁 협약 10조 등에 따르면 공단은 보고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철도공단은 추가 자료 요구나 대면 보고를 요청하지 않았다.

상급 기관으로서 수조 원 규모의 국책사업을 위탁해 놓고 6개월간 현장의 감리 일지와 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중대 사안의 경우 별도의 상황 보고를 진행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서울시의 보고 누락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가 기관의 관리·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 부실 알고도 '합격' 도장… 멈추지 않은 모래성 공사

서류 공방 이면에서는 현장 시공 감리 업체의 부실한 안전 점검 절차도 확인됐다. 해당 구역의 감리를 맡은 삼안은 지난해 10월 30일 시공사인 현대건설로부터 지하 5층 기둥의 철근 누락 사실을 보고받았다. 그러나 불과 십여 일 뒤인 11월 11일 작성된 상층부 검측 체크리스트의 철근 배치 관련 10개 항목에 모두 '합격' 판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감리단 측은 상층부 하중이 당장 치명적인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지하 4층과 3층의 상부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중단 없이 승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누락 사실을 이미 확인한 상태에서 공사 중지나 전면 보강 조치 대신 공사를 강행한 것은 의구심을 낳는다.

◇ 6·3 지선 앞둔 정치권 대리전… 400억 혈세는 국민 몫으로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6·3 지방선거를 겨냥한 책임 대리전으로 삼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의 대면 보고 누락과 '시장 패싱'을 지적하며 '오세훈 시정의 총체적 시스템 붕괴'를 강조한다. 과거 오 시장이 타 현장의 부실시공을 비판하며 내세웠던 '공공 직접 관리' 기조가 정작 서울시 관할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현 이재명 정부를 겨냥해 국토부가 서류를 접수하고도 방치했다며 무능론을 부각하고 있다. 서류상 절차를 이행한 서울시 보다는, 보고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철도공단의 직무유기가 더 크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민주당의 공세가 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죽이기라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을 통한 정략 대리전은 지방선거일인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21일 고민정, 한준호 등 의원 8명을 동원해 '서울 삼성역 GTX 철근 누락 은폐 의혹 진상규명 TF'를 구성해 오는 22일 첫 회의를 갖는다. 오 후보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행정 갈등을 넘어 선거전의 핵심 쟁점으로 공론화하려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 정 후보에 "후보로서 공사 중단 문제를 놓고 서로의 의견과 주장을 주고받는 것은 개통을 기다리는 시민을 위한 당연한 책무"라며 "무엇이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길인지 단일 주제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이 가운데 추가 보강 공사로 삼성역 무정차 통과가 최대 5개월가량 지연되면서 정부가 민자사업자(SG레일)에 지급해야 할 추가 보전금 규모만 최대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행정 난맥상에 따른 재정적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심준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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