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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칸 영화제…모처럼 저력 확인한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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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6. 05. 25. 09:49

23일(현지시간) 폐막…'피오르드' 황금종려상 수상
나홍진 '호프', 경쟁 부문 최고 문제작으로 눈도장
세 편이나 경쟁 진출한 日영화, 여우주연상에 만족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한국 영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지난 23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영화제 기간 중 올해 경쟁 부문 초청작 '호프' 팀이 공식 시사회를 앞두고 한 자리에 모인 모습(왼쪽 사진)과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의 '군체' 팀이 공식 포토콜에 나섰을 때다./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쇼박스
지구촌 최고의 영화 축제로 꼽히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피오르드'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마지막으로 지난 23일(현지시간) 12일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피오르드'는 루마니아계 노르웨이인 부부가 노르웨이 외딴 마을에서 자녀 양육 방식 및 종교적인 문제 때문에 이웃들과 충돌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연출을 맡은 루마니아 출신 거장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은 2007년 '4개월, 2주, 그리고 2일'에 이어 생애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올해 칸영화제는 한국영화가 모처럼 저력을 확인한 무대였다. 국내 관객들에게 가장 큰 관심거리는 '호프'의 수상 여부였다. 역대 한국 영화 최고 수준 제작비인 500억원대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나홍진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 '호프'는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4년만에 경쟁 부문의 초청장을 받은 한국 영화로 개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비무장지대의 작은 마을 호포항을 무대로 외계인들과 주민들의 사투를 그린 '호프'는 무관에 그쳤다. 그러나 영화제 초반 격렬한 찬반양론에 휩싸이는 등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오는 7월 개봉을 앞두고 흥행 성공의 교두보를 미리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17일 열린 시사회 이후 AP통신과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등은 속도감 넘치는 연출과 기존의 할리우드 SF 액션 블록버스터에선 볼 수 없었던 장르의 변주를 높이 평가한 반면, 인디와이어 등은 극 후반부의 늘어지는 전개와 컴퓨터그래픽(CG)의 낮은 완성도를 지적해 대조를 이뤘다.

공식 기자회견은 물론 국내 취재진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도 "상을 받는다는 기대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줄곧 얘기한 것으로 전해진 나 감독은 수상이 불발된 뒤 투자·배급사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칸 영화제 참석은 후반 작업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칸의 러브콜에 감사해 내린 결정으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관객들과 만나기까지 남아 있는 시간"이라며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마무리 작업의 결정적 단계다. 개봉 전까지 남은 시간동안 작품의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도라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주간 상영작으로 선보인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인기 걸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김도연(왼쪽)과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의 연기 화음으로 호평을 받았다./제공=화인컷
비경쟁인 미드나잇 스크리닝과 감독주간에서 각각 상영된 연상호 감독의 세 번째 실사 좀비물 '군체'와 정주리 감독의 '도라'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사회가 끝난 뒤 극중 좀비의 몸동작을 흉내내는 관객들의 모습이 거리에서 포착될 만큼 강렬한 잔상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군체'는 상영 나흘만인 지난 24일 전국 관객 100만 고지를 돌파하는 등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들 가운데 가장 빠른 관객 몰이 속도를 과시하며 이미 흥행 가도에 돌입했다. 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소녀와 한국으로 시집 온 일본인 여성의 교감을 다층적으로 담아낸 '도라'는 오락적 색채가 짙은 장르 영화에 치중하는 것처럼 대외적으로 보이기 쉬운 한국 영화에 다양성을 더했다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밖에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현재 미국 콜럼비아대 대학원에서 영화 제작(MFA)을 전공중인 진미송 감독은 '사일런트 보이스'로 라 시네프 부문에서 2등상을 받아 한국 영화의 밝은 미래를 2년 연속 확인했다. 라 시네프는 전 세계 영화학도들의 작품들이 대상인 경쟁 부문으로, 지난해에는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이 1등상을 거머쥔 바 있다.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
루마니아 출신 거장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맨 왼쪽)이 영화 '피오르드'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남녀 주연인 세바스찬 스탠(맨 오른쪽)과 레나테 레인스베가 지켜보는 가운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한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상자속의 양'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올 오브 어 서든', 후카다 코지 감독의 '나기 노트' 등 무려 세 편의 작품을 경쟁 부문에 올린 일본 영화는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는데는 실패했으나, '올 오브…'의 공동 주연 비르지니 에피라와 오카모토 다오가 여우주연상을 동반 수상해 체면치레를 했다.

영화제 기간 내내 현지에 머문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의 가장 큰 특징은 심사위원단의 선택이 평단과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파격적인 수상 결과가 나오곤 했던 예년에 비해 무난해 보였지만, 거꾸로 (심사위원단이 내놓은 결과의) 개성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던 이유"라면서 "전통적인 화법을 앞세운 유럽 영화들의 강세로 알 수 있듯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해 오히려 아날로그적 감성(의 유무)에 무게를 둔 결정처럼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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